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공식 행사에 잇따라 등장하는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이 자신의 짧았던 후계 준비 과정을 자녀에게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주애에게 집중되는 의전과 특권이 북한 청년층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최근 유튜브 채널 ‘떠먹여주는TV’에서 김주애의 공개 활동을 김 위원장의 권력 승계 경험과 연결해 해석했다.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민 류성현 씨는 별도의 유튜브 채널 ‘조한범TV’에 출연해 김주애의 위상 변화와 북한 내부 민심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 “짧았던 후계 준비 경험이 조기 승계 구상에 영향”
이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충분한 준비 없이 권력을 물려받았던 경험에 주목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지명을 미루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승계를 서두르면서, 김 위원장이 짧은 기간에 권력 이양을 준비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김정은이 과거 아버지 김정일이 후계를 서두르지 않는 바람에 3년 만에 제대로 후계 수업도 떼지 못한 상태에서 권력을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집권 초기 겪었던 불안감과 부담이 자녀의 후계 준비를 앞당기려는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자녀에게 권력을 물려주기로 마음먹었다면 “한시라도 빨리 후계 수업을 해서 고통스러운 상황을 넘겨주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김일성이 1974년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정한 뒤 사망할 때까지 약 20년에 걸쳐 승계를 준비했던 사례도 언급했다. 김주애의 공식 행사 참석과 의전 역시 장기간에 걸쳐 후계 기반을 다지려는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 센터장은 김주애를 13세로 언급하며, 어린 나이에도 국가급 의전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애정 표시가 아니라 김주애 중심의 후계 구축을 위한 집요한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아들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기존 관측과 다른 주장을 내놨다. 이 센터장은 “최근 국정원 내부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들은 없다”며, 선물용 물품 등의 구매 정황을 김 위원장 아들의 것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확증 편향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 센터장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내용으로, 국정원의 공식 발표는 아니다.
◈ 김주애에게 집중된 특권… “북한 청년층 반감 부를 수 있어”
류성현 씨도 김주애의 공개 활동이 단순한 가족 동반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처음에는 김 위원장이 딸을 행사에 데리고 나온 것으로 여겼지만, 이후 나타난 대우와 위상을 보면서 판단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류 씨는 “이것은 후계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수준까지 갔다”며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세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행보가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양상에 대해서는 다른 측면을 짚었다.
그는 북한이 김 위원장을 모든 어린이의 아버지로 가르치는 상황에서, 김주애에게만 집중되는 특권이 불만을 낳을 수 있다고 봤다. 아이들이 밭에서 노동하는 현실과 선글라스나 명품을 착용한 김주애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반감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류 씨는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 ‘경외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고맙습니다’라고 배우는데, 아버지가 자기 딸만 편애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주애의 화려한 공개 행보가 북한 청년들에게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발언만으로 북한 청년층 전반의 여론이나 반발의 확산 정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 주민 불만과 체제 존속은 별개… 김여정 ‘2인자설’에도 선 그어
류 씨는 주민들의 불만이 곧바로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권력 구조가 주민 개개인의 삶보다 노동당과 최고지도자의 존속을 우선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자유주의 국가들은 정부가 어려워져도 개인은 안 망하지만, 북한은 개인을 철저히 짓밟으면서 정권만 건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의 개입이나 충격 없이 내부 불만만으로 체제가 무너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여정의 위상을 두고도 외부에서 제기되는 ‘2인자’ 해석에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가족이자 참모로서 역할을 할 뿐, 독자적인 권력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류 씨는 “김여정도 오빠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 내부 주민들은 김여정을 2인자로 크게 느끼지 않으며, 김정은을 위해 일을 돕는 정도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지도자의 권력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누구라도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체제의 특성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