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고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고(故) 설순희 후원자가 생전 수첩에 남긴 마지막 기도는 카메룬에 ‘무지개행복초등학교’를 세우는 밑거름이 됐다. 고인의 뜻은 가족에게도 이어졌다. 아들이 어머니의 1주기를 맞아 유산기부를 약정했고, 이후 며느리와 두 딸도 동참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최창남)은 오는 9월 16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6층에서 유산기부 전시회 ‘사랑으로 기억될, 삶’을 개최한다. 설순희 후원자를 비롯해 나눔을 실천해 온 이들의 삶과 그 안에 담긴 신앙, 가족과 이웃에게 이어진 사랑을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후원자들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수첩과 사진, 편지, 감사장 등 개인 소장품 35점을 선보인다. 기아대책은 유산기부를 “한 사람이 평생 지켜온 가치와 사랑을 다음 세대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으로 이어가는 선택”으로 조명한다고 밝혔다.
◈ 어머니의 유산은 우물로, 딸의 결혼 축의금은 유치원으로
설순희 후원자가 마지막 기도를 기록한 수첩과 젊은 시절 사진은 한 사람의 나눔이 가족의 실천으로 이어진 사연을 전한다. 기아대책은 “이 한 줄의 기도는 카메룬에 ‘무지개행복초등학교’를 세우는 씨앗이 됐다”며 유가족도 고인의 뜻을 따라 유산기부에 동참했다고 소개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이웃과 나눈 이경애 후원자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이 후원자는 유산으로 아프리카에 우물을 세워 현지 주민들에게 식수를 지원했다. 전시장에는 이후 현지에서 보내온 감사장과 손수 만든 조각품이 전시된다.
유영주 후원자는 딸의 결혼 축의금으로 토고에 유치원을 건립했다. 가족의 기쁨을 다른 나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나눔으로 이어간 것이다. 당시 결혼식 현수막과 현지 아동들이 보낸 편지를 통해 그 사연을 살펴볼 수 있다.
오랜 후원의 기억을 간직한 사진도 선보인다. 박연향 후원자는 1994년 흑백사진으로 처음 만난 아동을 9년 동안 지원했다. 세월이 흘러 소장품을 정리하면서도 후원 아동의 사진은 버리지 않고, 나눔의 순간을 유산으로 남기기로 했다.
임자영 후원자의 가족사진에는 104세 고조할머니부터 두 살배기 딸까지 5대가 함께한 모습이 담겼다. 기아대책은 가족의 사랑 속에서 자란 자녀들도 지난해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나눔의 길을 걷기로 했다며, 세대를 잇는 나눔의 의미를 소개했다.
◈ 소천 이후에도 이어진 아동 후원과 선교사 섬김
선교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유산기부로 남긴 후원자의 사연도 전한다. 고 이화자 후원자는 암 투병 중 자카르타 선교 현장에서 만났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유산기부를 결심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은 조의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했으며, 기부금은 인도네시아 아동들에게 전달됐다. 고 최승혜·고 최혜숙 후원자가 남긴 공간은 타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안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기아대책은 후원자들의 소장품을 통해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왜 유산기부를 결심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지켜온 신념과 소명이 가족과 이웃의 삶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전시에 담겠다는 취지다.
전시 첫날인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는 언론을 대상으로 미디어데이가 열린다. 박재범 기아대책 부회장의 인사말과 헤리티지 클럽·전시회 소개, 질의응답에 이어 주요 전시품에 담긴 사연을 들려주는 도슨트 투어가 진행된다. 전시 기간 중 9월 22일과 25일은 휴관한다.
한편 기아대책은 1989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국제구호개발 NGO다. 경제적·사회적·정서적·영적 빈곤으로 고통받는 이웃의 회복과 자립을 위해 국내복지와 국제구호개발, 기후변화 대응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400여 명의 기대봉사단을 파견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