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처음으로 공식 회동했다. 두 대표는 여야 간 대화를 정례화하는 수준을 넘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소통하자는 데 공감했지만, 대법관 서면 제청과 미래대응기금,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서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을 찾아 장 대표를 예방했다. 그는 “저는 장 대표를 좋아한다”며 “지난 1~2년여의 과정에서 탄핵과 관련해서는 견해를 달리했지만 계엄을 해제하는 과정에서는 뜻을 함께한 교차의 영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나라에 대한 애정에 있어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장 대표와 끊어지지 않는 대화의 다리를 놓고 싶다”며 “전쟁을 하는 상대 사이에도 대화가 있는데 우리는 전쟁을 하는 상대도 아니고 한 나라 안에서 다른 정견을 가지고 애국하는 여야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례화와 상시화를 넘어 필요할 때마다 만나거나 전화하는 ‘수시화’를 제안했다.
장 대표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방송 카메라를 향해 대화하는 것보다 서로 직접 만나 수시로 대화하자는 제안에 적극 공감한다”며 “정례화가 아니라 수시화되는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본연의 기능이 있다”며 “행정부를 견제할 때는 야당과 힘을 합쳐 달라”고 당부했다.
◈ 대법관 서면 제청 놓고 시각차
두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 논란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했다. 장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이 서성 대법관 후임으로 김용담 후보자를 제청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법부 독립을 존중해 제청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절차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절차에 관해 다른 해석도 있지만 절차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라며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신념에서 노 전 대통령이 결단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인 만큼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 수호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때의 말씀을 주셨는데, 한편으로는 정치적 결단을 요청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는 맥락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한쪽의 결단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절차를 포함해 모든 수준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추가 발언에서 “헌법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규정하고 있고 이에 대한 견제로 국회의 동의 절차를 두고 있다”며 “대통령실과 사전에 협의하거나 조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헌법 해석이자 소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적 문제와 연관 지어 해석되지 않도록 더욱 투명하고 분명하게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래대응기금에는 ‘재정 통제’ 강조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추진되는 미래대응기금을 놓고도 두 대표는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운용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장 대표는 “국민의 세금을 운영하는 데에는 국가재정법의 기본적인 통제를 받는 것이 맞다”며 “100조 원이 넘는 규모의 기금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금이 국가재정법상 국회 등의 통제를 피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면 방만하게 운영되거나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율 대응 기금’이나 ‘선거 대응 기금’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기금 조성 논의에 앞서 초과 세수의 절반가량을 중산층과 자영업자, 서민, 청년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여야가 먼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여야를 떠나 국가 재정에 대한 투명한 통제와 그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라는 원칙 위에 서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중산층과 서민, 청년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무엇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국민적 토론과 국회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부동산 정책, 초당적 논의 가능성 열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장 대표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주문하자 김 대표가 시장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여야와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주거정책 토론의 틀도 제안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용산공원을 시민에게 완전히 개방하고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최근 정부 발표에는 그간의 약속이나 대선 공약과 반대로 가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택 정책만큼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기조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변화된 입장을 보여준 것은 환영하지만 정책에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는 결단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이 대선에서 선택한 기조를 잘 지키라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며 “집값을 세금으로 접근하지 않고 시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계속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 문제에서 서로 아쉬움이 축적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여야와 국민이 함께하는 주거정책의 공통된 토론 틀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외교 문제를 초당적으로 다루는 것처럼 부동산 문제도 초당적으로 논의하는 틀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