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사회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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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목사(세인트하우스평택)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얼마 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다녀왔다. 20년 가까이 병원을 오가며 관리해 온 질병들이 있다. 버스를 타고,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서울 지하철 노인석에 앉고, 병원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며 채혈과 진료를 받았다. 그 익숙한 일상 속에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는 참 많이 움직이고 있구나.’ 병원 하나만 보아도 그렇다. 의료기술은 놀라울 만큼 발전했고, 환자를 대하는 서비스도 세심해졌다. 심혈관센터의 발전은 한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 인천공항에서 수많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세계를 오가는 모습에서도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느낀다. 그런데 이 생각은 내가 살고 있는 평택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더욱 선명해졌다.

아침이면 고덕 삼성반도체를 향해 젊은이들이 움직인다. 반도체라는 첨단산업 현장에서 미래의 기술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은 평택의 새로운 활력이다. 삼성 평택캠퍼스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로 자리하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젊은 엔지니어와 노동자들이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활기찬 사회의 모습은 거대한 산업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다리공원에 나가면 산책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는 노인을 만난다. 배다리도서관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공부하는 청년들이 있고, 조용히 자기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이 있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을 넘어 시민들의 문화생활과 쉼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어 있다는 것도 반가운 변화다.

거리에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이 보인다. 그들은 낯선 땅에서 가족을 위해 땀 흘리며 일한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었던 탈북민들도 이곳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간다. 그들의 삶까지 품어낼 때 평택이라는 도시는 더욱 넓고 건강한 사회가 된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세상과 단절된 은둔 청년들,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깊은 외로움이 자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활기찬 사회란 단순히 사람이 많은 사회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갈 자리를 갖는 사회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청년도, 공원에서 산책하는 노인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학생도, 낯선 나라에서 온 노동자도, 새로운 삶을 시작한 탈북민도,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은둔 청년도 모두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다.

누군가에게는 하루가 치열한 노동이고, 누군가에게는 산책이며, 누군가에게는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지만, 그 모든 삶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만든다. 그러므로 진정한 활기는 속도에 있지 않고 생명에 있다.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외로운 사람이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고, 노인이 존중받고, 청년이 미래를 꿈꾸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을 때 사회는 비로소 활기를 얻는다.

아널드 토인비는 문명의 쇠퇴를 경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문명은 살해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는다.” 문명이 죽는 것은 건물과 공장이 멈출 때만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희망이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관심이 끊어질 때도 문명은 서서히 힘을 잃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경제성장이나 도시의 외형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사회,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사회, 누구도 삶의 변두리에 버려두지 않는 사회. 그들은 모두 이 도시의 심장이다.

그리고 그 심장이 힘차게 뛰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심과 사랑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활기찬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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