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교인 수 감소와 사회적 신뢰 하락이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존 웨슬리 목사의 사역 전통을 바탕으로 평신도를 교회의 실질적인 사역 주체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감리교회의 정체성인 ‘그리스도인의 완전’을 중심으로 성직자 중심의 구조를 넘어 평신도가 복음의 사역자로 세워져야 하며, 초기 감리교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속회와 평신도 설교자 제도 등을 오늘의 목회 현장에 맞게 회복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또한 단순한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성도들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실천하고, 교회와 세상을 연결하는 목회 동역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평신도 정책과 교육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방향도 함께 제시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사회평신도국(총무 문영배 장로)이 주최하고 평신도정책연구원(원장 주영진 장로)이 주관한 ‘감리교회 미래를 위한 평신도 정책포럼’이 지난 7월 27일 서울 아현중앙감리교회(담임 권오진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올해로 세 번째 진행된 행사로, 감리교회의 미래 방향과 평신도의 역할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표에서는 평신도 정책에 대한 연구 결과와 함께 교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의 대안으로 평신도의 능동적인 참여와 사역 구조 변화가 제시됐다.
◇ 감리교회 위기 극복 위한 평신도 역할 변화 논의
이날 포럼은 안영호 사무총장의 개회기도로 시작됐다. 행사에는 교단 주요 지도자들과 각 지역 평신도 리더들이 참석해 감리교회 미래와 평신도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배포된 자료집을 검토하고 발제자들에게 질문을 이어가며 평신도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교회 성장 중심 시대를 지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상황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문영배 사회평신도국 총무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날의 교회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교회의 신뢰와 본질, 그리고 평신도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총무는 평신도를 목회자의 사역을 돕는 보조적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신도를 일터와 가정 등 삶의 현장에서 예수를 대변하는 ‘흩어지는 교회’로 세워야 한다”며 “평신도정책연구원이 감리교회의 유일한 연구원으로 자리 잡고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 발표는 주영진 평신도정책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이찬석 협성대학교 웨슬리대학 신학과 교수, 오광석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과 교수, 조은하 목원대학교 신학과 교수가 각각 발제자로 참여했다.
◇ 웨슬리 신학 기반한 평신도 중심 교회론 필요성 제기
‘한국 감리교회 평신도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찬석 교수는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평신도의 능동적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한국 교회가 성장 중심 시대를 지나 성숙의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루터나 칼뱅과 달리 존 웨슬리가 구원론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은 ‘그리스도인의 완전’이 감리교회의 참된 정체성”이라며 “이를 바로 세우는 것이 성직자 중심주의를 넘어 평신도 정책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교회 구조가 설교와 성례전을 중심으로 성직자에게 사역이 집중된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교회의 본질을 세상 속 선교와 섬김의 사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개인의 내적 성숙에 머무는 신앙을 넘어 사회적 칭의와 사회적 성화, 사회적 완전을 이루는 웨슬리안 사회적 영성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평신도를 사역의 능동적 주체로 세우는 새로운 교회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평신도가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지혜를 교회 안으로 연결하는 ‘지혜의 공동체’ 개념도 제시했다.
그는 “교회가 성직자가 가진 영적 지혜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평신도들이 직업과 일상의 현장에서 경험한 실천적 지혜를 수용해야 한다”며 “평신도의 삶 속 지혜가 교회의 사역과 연결될 때 목회 사역의 독점 구조가 해소되고 평신도가 교회의 진정한 주체로 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평신도를 실질적인 사역자로 세우기 위한 정책 과제로 ‘목양사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신학생 감소와 지방 교회의 사역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실한 평신도를 일정 기간 신학 교육을 통해 훈련하고 사역자로 세우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미국 연합감리교회(UMC)의 디컨(Deacon)과 같은 형태를 참고해 입법 총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주일예배에서 평신도의 ‘증언’ 기회를 확대하고, 평신도의 전문성을 선교 현장과 연결하는 방안,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웰에이징 정책 등도 함께 제안했다.
◇ 초기 감리교 속회와 평신도 설교자 전통 회복 강조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오광석 교수는 ‘웨슬리 평신도 사역: 초기 감리교 운동의 목회 구조와 오늘의 평신도 정책’을 주제로 초기 감리교의 평신도 사역 전통을 조명했다.
오 교수는 평신도 사역이 목회자의 업무를 보조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회의 선교적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감리교 전통은 본래부터 평신도 사역의 전통이었다”며 “웨슬리의 메소디즘은 영국국교회 안에서 회개와 성결, 선교를 촉진하기 위해 형성된 신도회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속회와 반회 등 초기 감리교의 소그룹 구조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영혼을 돌보는 목회적 공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속장은 단순한 출석 관리자나 회비 수납자가 아니라 구성원의 영혼을 살피고 가난한 자를 돌보는 평신도 목회자였다”며 “속회는 평신도 목회의 학교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신도 설교자의 역사적 의미도 언급했다.
그는 “18세기 영국국교회에서는 공적 설교가 안수받은 성직자의 독점적 영역이었지만, 웨슬리는 복음의 열매를 보고 평신도 설교를 인정했다”며 “평신도 설교자는 성직 제도의 파괴자가 아니라 영혼 구원을 위해 하나님이 세우신 특별한 메신저였다”고 밝혔다.
또한 초기 감리교 안에서 여성 평신도들이 속회 지도자와 병자 심방자, 전도자, 평신도 설교자로 활동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평신도 사역의 기준은 신분이나 성별이 아니라 소명과 은사, 훈련과 열매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평신도 사역의 신학적 토대로 ‘은혜의 수단’을 강조했다.
그는 “평신도 사역은 단순한 인력 관리나 조직 동원이 아니다”며 “예배와 성찬, 기도뿐 아니라 가난한 자 돌봄과 봉사, 공공선 실현 등 다양한 은혜의 수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리교 평신도 사역 발전을 위해 신학 선언문 작성, 표준 교육 과정 개발, 평신도 사역 인증 및 파송 제도 연구, 기존 직분 제도와의 관계 정립, 다음 세대 사역 주체 양성, 디지털 속회 운영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 평신도 교육 패러다임 전환과 삶 중심 교육 필요성 제안
세 번째 발제자인 조은하 교수는 ‘감리교 평신도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평신도 교육 체계의 변화를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한국 교회가 인공지능 발전과 생태계 위기, 사회적 신뢰 하락, 다음 세대 이탈, 교역자 수급 문제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처럼 성도를 단순한 교육 대상이나 돌봄의 수혜자로 바라보는 방식으로는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성도가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복음으로 살아내는 주역이자 목회의 진정한 동역자로 서야 한다”며 “성도의 삶 전체를 세우는 전인적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성도가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대화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분을 맡을 때만 받는 일회성 교육을 넘어 성도의 평생 삶을 돌보는 지속적인 학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기독교 교육학자 마리아 해리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코이노니아(교제), 레이투르기아(예배), 디다케(배움), 케리그마(복음 선포), 디아코니아(섬김)의 통합적 교육 구조를 제안했다.
그는 “이 다섯 가지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목회자 중심 구조를 넘어 평신도를 사역의 중심에 세우는 교육 체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터 신학, 마을 목회, 환경 영성 교육 등 삶과 연결되는 교육 과정 도입과 온라인 학습 콘텐츠 개발 필요성도 언급했다.
조 교수는 “평신도는 단순히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삶에서 쌓은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가르침의 주체”라며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목회자와 평신도 함께 세워가는 교회 필요”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평신도 정책의 실제 적용 가능성과 현장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곽일석 평신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박재혁 남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임진원 청장년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조광남 장로, 이평식 장로회서울연회연합회 회장 등이 질문자로 참여해 현실적인 의견을 나눴다.
목양사 제도 도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찬석 교수는 “본부와 연회가 현장의 필요성을 함께 느끼고 고민해야 할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답했다.
소그룹 구조 변화와 관련해 오광석 교수는 “속회든 목장이든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본질”이라며 “서로의 영혼을 돌보고 성결을 이루어가는 속회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육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조은하 교수가 교단 차원의 교육 정보 공유 플랫폼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럼 마지막 순서에서 황병배 선교국 총무는 “종교개혁이 평신도를 신학적으로 자유롭게 했다면, 웨슬리 목사는 사역을 평신도와 나누며 교회를 함께 세우도록 이끌었다”며 “목회자와 평신도가 두 날개가 되어 협력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