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왕 노릇 한 사망과 오실 자의 모형

목회·신학
[좋은성경구절] “죄가 율법 있기 전에도 세상에 있었으나 율법이 없었을 때에는 죄를 죄로 여기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나 아담으로부터 모세까지 아담의 범죄와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한 자들까지도 사망이 왕 노릇 하였나니 아담은 오실 자의 모형이라.” (로마서 5장 13–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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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5장 13–14절에서 바울은 죄와 사망이 율법보다 먼저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모세를 통해 율법이 주어지기 전에도 인간은 죄를 지었고, 죄로 인한 사망의 지배 아래 살았다. 율법이 없었다고 해서 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다만 인간이 죄의 실체와 심각성을 분명한 법의 기준으로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아담이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일과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일은 모세의 율법 이전에 일어났다. 당시에는 십계명과 같은 율법 조문이 없었지만, 그들의 행동이 죄가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 안에는 하나님께서 주신 양심이 있었고, 그 양심은 선과 악을 어느 정도 분별하게 했다. 가인은 아벨을 죽인 뒤 자신의 행위를 숨기려 했고, 하나님의 물음 앞에서 책임을 피하려 했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율법은 이미 존재하던 죄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어두운 방 안에 빛이 들어오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먼지와 더러움이 드러나는 것처럼, 율법은 인간 안에 감추어져 있던 죄를 죄로 알게 한다. 무엇이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지, 인간이 얼마나 그 뜻에서 멀어졌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율법은 죄를 알려줄 수 있을 뿐, 인간을 죄의 권세에서 해방하지는 못한다.

거울이 얼굴의 더러움을 보여주지만 그 더러움을 직접 씻어주지는 못하는 것처럼, 율법도 인간의 죄를 드러내지만 죄를 씻어주지는 못한다. 율법을 통해 인간은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율법은 인간을 자기 의에서 내려오게 하고, 자신을 구원할 다른 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바울은 아담으로부터 모세까지 사망이 왕 노릇 했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아담과 똑같은 방식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도 사망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죄로 말미암아 들어온 사망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을 지배하는 강력한 권세가 되었다. 바울은 사망을 마치 백성을 억압하고 다스리는 폭군과 같은 왕으로 묘사한다.

인간의 본성은 생명을 원한다. 누구도 죽음과 고통, 죄와 파괴를 본래의 삶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간의 양심은 의를 갈망하고, 영혼은 영원한 생명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현실 속 인간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죄를 반복하고, 결국 사망 앞에 서게 된다. 이것은 죄와 사망이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우주적인 권세로 인간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담이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고 불순종했을 때, 죄가 세상에 들어왔다. 그 죄는 아담 한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아담으로부터 시작된 불신과 불순종의 역사는 모든 인류에게 이어졌고, 그 결과 사망이 모든 사람을 지배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에덴의 생명과 평화는 깨어졌고, 인간은 하나님과 단절된 낡은 역사 속에서 신음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울은 아담을 단지 죄의 시작으로만 소개하지 않는다. 그는 “아담은 오실 자의 모형”이라고 말한다. 아담이 인류를 대표하여 죄와 사망의 역사를 열었다면, 오실 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새로운 인류를 대표하여 의와 생명의 역사를 여신다. 아담의 이야기는 그리스도의 필요성을 보여주며, 낡은 역사의 실패는 새로운 아담을 기다리게 한다.

죄와 사망이 왕 노릇 하는 세상에는 새로운 왕이 필요하다. 인간을 억압하는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고, 죄의 종 된 자를 해방하며, 잃어버린 생명을 회복해 주실 분이 필요하다.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첫 아담의 불순종으로 시작된 역사는 마지막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새롭게 전환된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죄와 사망의 현실을 얼마나 깊이 깨닫고 있는가. 율법이 우리의 죄를 드러낼 때 변명하며 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은 스스로 죄를 씻을 수도 없고, 사망의 권세를 무너뜨릴 수도 없다. 죄의 실체를 깨달을수록 우리에게 새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도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율법이 보여주는 죄 앞에서 절망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담 안에서 죄와 사망의 지배를 보았다면,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의와 생명의 길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망이 왕 노릇 하던 낡은 시대를 끝내시고 생명의 새 시대를 여시는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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