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 강력·중대·반복 범죄 저지른 13세 형사처벌 논의

형사미성년자 ‘조건부 1세 하향안’ 놓고 부처 간 이견… 이 대통령, 대국민 여론조사 등 추가 공론화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강력·중대·반복 범죄를 저지른 13세 청소년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행법상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특정 범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한 살 낮추는 방안이다.

다만 일부 범죄에만 연령 하향을 적용하는 방식을 놓고 관계부처 간 이견이 제기됐다. 정부는 대국민 여론조사 등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와 적용 범위를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는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보고했다.

현행 형법상 14세 미만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가운데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형사미성년자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유지돼 왔다.

◈ 시민참여단 46.7% “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하향”

최근 촉법소년 사건이 늘고 범죄가 흉포해졌다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도 지난 2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 문제를 공론화하고 두 달 안에 결론을 도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3월 6일부터 4월 30일까지 법무부와 교육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운영했다. 지난 4월에는 청소년 31명을 포함한 시민참여단 212명을 대상으로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결과 시민참여단의 46.7%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선택했다. 모든 범죄에 대해 일괄적으로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은 30.2%,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7.0%로 집계됐다.

일괄 또는 조건부 하향을 선택한 참여자 가운데서는 현행 14세 미만인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춰야 한다는 응답이 55.8%로 가장 많았다.

숙의 과정에서는 처벌 강화보다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대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도 높아졌다. ‘촉법소년에게는 처벌보다 범죄 예방 지원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은 사전 조사 3.7점에서 사후 조사 4.2점으로 상승했다. 반면 촉법소년이 과거보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은 4.2점에서 3.9점으로 낮아졌다.

◈ 촉법소년 검거 인원 증가…“흉포화로 단정 어려워”

성평등가족부는 촉법소년 사건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범죄의 흉포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020년 9606명에서 지난해 2만1095명으로 2.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폭력 사건은 1972명에서 5520명으로 2.8배, 강간·추행 사건은 373명에서 739명으로 약 1.98배 늘었다. 절도 사건도 5123명에서 1만110명으로 약 1.97배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법원이 처리한 촉법소년 사건 가운데 심리불개시와 불처분 비율은 48.8%로, 보호처분 비율인 47.4%보다 높았다.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의 범죄 유형은 절도가 34.6%로 가장 많았고, 폭행 13.9%, 성폭력처벌법 위반 7.1%,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6.9% 등의 순이었다.

형사재판에서 14세 청소년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다른 연령대보다 적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14세 청소년은 연평균 10명이었다. 같은 기간 15세는 58명, 16세는 158명, 17세는 229명으로 나타났다.

성평등가족부는 공론화 결과와 관련 통계를 토대로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 법무부 “조건부 하향은 법리적 문제”…교육부는 동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일부 범죄에만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을 적용하는 방안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형사미성년자 제도는 연령이라는 생물학적 기준에 따라 책임능력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범죄의 중대성이나 반복성은 책임능력과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연령을 낮추는 것은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괄적으로 13세 미만으로 낮추더라도 사안별로 개별 판단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처벌받는 소년이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조건부 하향보다 모든 범죄에 동일한 연령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성평등가족부가 제안한 조건부 하향안에 동의했다. 최 장관은 “당초 연령 하향이 어느 정도의 교육적 효과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긴 토론 과정을 성평등가족부와 함께 지켜보면서 조건부 하향 방침에 적극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경찰이나 병원 등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 학생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교육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 이 대통령 “한 살 하향 미약할 수도…국민 의견 다시 들어야”

이 대통령은 성평등가족부가 제안한 조건부 1세 하향안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일괄적으로 낮추지 않고 중대·강력·반복 범죄만 한 살 낮추자는 것이 성평등가족부의 의견”이라면서도 “부분적으로 한 살만 낮추는 것은 너무 미약하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또 12세 청소년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중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두 살 낮추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다만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촉법소년이라고 해서 처벌이나 제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며, 현재도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다”며 “처벌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제재를 더 강화하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국민 의견을 다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논의를 기반으로 현장과 국민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보자”며 “전체 범죄에 대해 낮출지, 중대·강력·반복 범죄만 낮출지, 한 살을 낮출지 두 살을 낮출지를 한 번 더 토론하자”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대국민 여론조사를 포함한 추가 의견 수렴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후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의 전면 또는 부분 하향 여부와 구체적인 연령 등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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