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기독교인을 겨냥한 신성모독 조작 사건이 발생해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고 7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무슬림이 운영하는 상점에 훼손된 이슬람 경전 꾸란과 기독교인 남성 및 그의 어머니 사진을 우편으로 발송하면서 폭력 시위가 촉발됐다.
카라치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인권 옹호가 아시프 바스티안은 문제의 우편물이 발디아 타운 카자피 콜로니에 위치한 왈리드 잡화점으로 배달됐다고 밝혔다. 해당 우편물에는 불에 탄 꾸란 페이지와 40세 가톨릭 신자 아짐 자바이드, 그의 어머니 사진, 그리고 어머니의 국가 신분증 사본이 동봉되어 있었다.
우편물 내용이 알려지자 종교 정당 소속 활동가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무슬림 시위대가 자바이드의 자택 인근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바스티안은 당시 해당 거리에 거주하던 10여 가구의 기독교인 가족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집 안에 갇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훼손된 꾸란 우편물 발송 파키스탄 신성모독 조작 정황
CDI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시위대가 경찰 차량에 투석전을 벌이며 격렬하게 저항해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에 신드주 정부는 준군사조직인 레인저스와 추가 경찰 병력을 대규모로 투입해 현장을 통제했다. 바스티안은 정부 당국이 시위대 지도부에게 철저한 수사와 사다르 우체국의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약속한 뒤에야 시위가 해산됐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은 장갑차를 동원해 자바이드의 가족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다.
자바이드 가족의 한 측근은 이번 사건이 자바이드를 신성모독 혐의로 엮어 군중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악의적인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바이드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적 논란에 연루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일부 인사들과 금전적인 갈등을 겪은 바 있어 이를 빌미로 누군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기독교인이 고의로 꾸란을 훼손한 뒤 자신의 신원이 담긴 우편물을 집 앞 상점으로 보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바이드는 은신 중이며 가족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기독교 인권 운동가 나폴레온 카이움은 이번 사태가 2023년 8월 펀자브주 자란왈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사건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기독교인 형제를 겨냥한 신성모독 조작물이 발견돼 최소 20곳의 교회와 80채 이상의 기독교인 가옥이 파괴됐다. 이후 대테러 법원은 해당 혐의가 조작됐다고 판결하며 기독교인 형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카이움은 이번 카라치 사태에서 신드주 정부와 경찰의 신속한 개입이 피해를 막았다고 평가하며, 현지 무슬림 지도자들이 이번 사건을 사회 불안 조장 음모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자란왈라 사태 유사성 및 펀자브주 기독교인 대피 소동
CDI는 카라치 사태 발생 며칠 전 펀자브주 구지란왈라 지역의 줄란 마을에서도 신성모독 혐의 제기로 20가구 이상의 기독교인 가족이 피난길에 오르는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권 옹호가 조셉 나야르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지 모스크 확성기를 통해 미국에 거주 중인 사질 로빈 목사가 이슬람교를 모욕하는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현지 경찰은 폭력 사태를 우려해 기독교인 주민들에게 임시 대피를 권고했다. 경찰은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로빈 목사의 아버지와 외삼촌을 보호 구금 조치했다. 이후 경찰과 일부 무슬림 주민들이 강경파 성직자들과 협상에 나섰고, 무고한 기독교인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구금됐던 목사의 가족들이 조건 없는 사과를 표명하고 로빈 목사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성직자와 무슬림 지도자들이 이들을 사면하는 서면 합의서에 서명했다. 대피했던 기독교인 가족들은 4일 마을로 복귀했다.
국제 인권 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신성모독 법안이 개인적 원한 청산이나 재산 탈취, 종교적 소수자 탄압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 법안은 국가 주도의 사형 집행 사례는 없으나, 혐의 제기만으로도 군중 폭력과 사법 외 살인, 장기 미결 구금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