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훼손했다는 혐의로 2년 넘게 수감되었던 30대 기독교인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고 7월 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석방 이후에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보복을 우려해 은신해야 하는 등 파키스탄 내 종교 탄압과 인권 침해 실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6일 파키스탄 라호르 고등법원의 아사드 자말 변호사에 따르면 라호르 추가 지방법원의 압둘 가파르 판사는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37세 가톨릭 신자 데니스 알버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알버트는 지난 2024년 4월 27일 펀자브주의 주도 라호르에서 코란 낱장을 훼손했다는 무슬림의 고발로 체포되어 수감 생활을 해왔다.
알버트에게 적용된 혐의는 파키스탄 형법 제295-A조와 제295-B조였다. 제295-A조는 종교적 감정을 악의적으로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징역 10년을, 제295-B조는 코란 훼손 시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실 수사와 증거 불충분으로 2년 만에 무죄 판결
CDI는 재판부가 이번 판결에서 경찰 수사의 법적 결함과 증인들의 진술 불일치를 무죄 선고의 핵심 이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자말 변호사는 고발인 무빈 일리아스를 포함한 검찰 측 증인들이 알버트를 범인으로 정확히 식별하지 못했으며 그가 코란 낱장을 도로에 던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경찰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폐쇄회로(CC)TV 영상 역시 채택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관들이 영상 확보 과정에서 필수적인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영상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법의학적 검증 절차도 누락했기 때문이다. 자말 변호사는 검찰이 알버트의 고의적인 코란 훼손 및 종교적 모욕 의도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으며 재판부가 철저히 법리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고 평가했다.
알버트 측 진술에 따르면 사건 당일 임대용 릭샤(삼륜택시)를 몰던 그는 승객을 내려준 뒤 차량 밖으로 나왔다가 군중에게 폭행당했다. 그의 형 임란 알버트는 동생이 차량 내부에 신발을 벗어둔 상태였으며 뜨거운 도로 표면을 피해 맨발로 길가에 흩어진 종이 위에 섰을 뿐 코란 내용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무죄 선고에도 보복 피해 피신 잇따르는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
알버트의 법적 방어를 지원한 세실 앤 아이리스 초드리 재단 측은 무죄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석방된 알버트와 가족의 안전에 우려를 표했다. 재단의 카시프 아슬람 프로그램 매니저는 알버트의 가족이 신성모독 논란에 따른 사적 보복을 피해 기존에 살던 동네를 떠나 이주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아슬람 매니저는 해당 지역에서 2025년 7월 무죄 판결을 받은 다른 두 명의 기독교인 청년 역시 안전 문제로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알버트 또한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재단 측은 교육 수준이 낮고 장기 수감으로 생계 수단을 잃은 알버트가 라호르 내 타 지역이나 다른 도시로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종교 탄압 수단으로 전락한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남용 우려
CDI는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은 개인적인 분쟁 해결이나 소수 종교인의 재산 갈취 등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 법을 근거로 한 국가의 사형 집행 사례는 없으나 무고한 혐의만으로도 극단주의 폭도들에 의한 폭력과 비사법적 살인 장기 미결 구금 등의 심각한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가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1일에는 중증 치매를 앓던 61세 가톨릭 신자 아미르 피터가 신성모독 혐의로 1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던 중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 옥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터는 상점 주인의 바가지요금에 항의하다가 앙심을 품은 상인으로부터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며 형법 제295-C조 위반으로 고발당한 바 있다.
국제 기독교 선교 단체 오픈도어스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에서 파키스탄을 기독교인에 대한 핍박이 심한 국가 8위로 지목했다. 단체는 현지에 만연한 시스템적 차별과 폭도들에 의한 폭력 등을 지적하며 파키스탄 사법 당국의 미온적인 법 집행이 반기독교적 종교 탄압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