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남수단에 위치한 고롬 난민 캠프 내 교회에서 수단 출신의 기독교 개종자가 무슬림 무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7월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내전을 피해 이웃 국가로 피신한 난민 공동체 내에서 종교적 마찰이 물리적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수단 기독교 박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종교 핍박 실태를 조사하는 국제기독교연대(IC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일군의 괴한들이 고롬 난민 캠프 내 교회에 난입했다. 이들은 동료 난민들과 예배를 드리며 봉사하던 수단 출신 기독교인 드레이크 하론을 표적으로 삼아 집단 폭행을 가했다.
ICC는 이번 공격이 평화로운 난민 교회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치안 당국은 아직 가해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이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예배당 난입한 무차별 폭력 기독교 개종자 표적
폭행 피해자인 하론은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위험성을 평소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인이 된 것은 자신에게 큰 특권이라며,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죄를 대속했다는 사실에 기반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복음을 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사건은 난민들에게 몇 안 되는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종교 시설 내부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난민 정착촌의 교회는 단순한 종교 의식을 넘어 난민들의 정서적 지원과 인도주의적 구호품 배분을 담당하는 지역 사회의 핵심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ICC는 보호받아야 할 종교 공간에서 벌어진 정당성 없는 폭행이 피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극심한 피난 생활을 견디고 있는 난민 공동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하론은 육신적인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약속을 기억할 때 용기와 힘을 얻는다며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굳게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수단 내전 피난민 유입과 난민 캠프 내 종교 갈등 심화
이슬람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단과 달리, 남수단은 인구의 약 60퍼센트가 기독교인으로 분류되는 기독교 다수 국가다. 남수단 내 교회들은 2011년 국가 독립 이후 정치적 평화와 화해를 중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남수단은 전반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편이며, 이웃 국가들에 비해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의 직접적인 폭력 사태 발생 빈도도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 역시 남수단 내부의 주요 분쟁은 종교적 요인보다는 주로 정치적 권력이나 민족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2023년 4월 수단 내전이 발발한 이후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남수단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난민 캠프를 중심으로 새로운 양상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남수단의 수도 주바 인근에 위치한 남수단 고롬 난민 캠프에도 참혹한 전쟁 트라우마와 빈곤, 사회적 분열을 겪은 수단 난민들이 대규모로 정착했다.
특히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은 난민 캠프 내에서 더욱 극심한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ICC 등 인권 단체들은 개종 행위를 문화적 정체성이나 가족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하는 친척 및 이전 공동체 구성원들이 개종자들에게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수단 기독교 박해 양상은 국가 주도의 조직적 탄압이라기보다 사적이고 사회적인 차별과 보복 폭력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잇따르는 개종자 위협 피해자 측은 보복 대신 용서 호소
최근 기독교 옹호 단체들의 발표에 따르면, 남수단에 거주하는 수단 출신 기독교 개종자들의 피해 사례가 꾸준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초 남수단 고롬 난민 캠프의 또 다른 수단 난민이 기독교로 개종한 직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피난처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이들을 향한 집단적 위협과 폭력 사태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남수단의 교회 지도자들은 신앙 공동체가 평화를 증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023년 남수단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저스틴 웰비 영국 성공회 대주교 등 종교 지도자들은 오랜 내전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폭력을 배제하고 화해를 도모할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집단 폭행의 표적이 된 하론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나 물리적 보복 대신 용서와 기도를 호소했다. 그는 굳건한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 세계 교회가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하며, 자신을 공격한 무슬림 무리 역시 언젠가 구원받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지 경찰은 현재까지 이번 교회 난입 및 폭행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체포자도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