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전쟁보험료가 최근 크게 하락하면서 선박 운항 정상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과 이란이 휴전 합의를 체결한 이후 선체 전쟁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약 5% 수준에서 할인 적용 후 약 2% 수준으로 낮아졌다.
전쟁보험료가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선박 한 척당 수십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전쟁보험료가 주당 수백만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외해를 연결하는 주요 에너지 수송로다. 그동안 이란의 공격 위협과 해협 봉쇄 가능성으로 선박 운항이 위축됐고, 선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도 급등했다.
선박 운항 재개, AIS 송신도 회복
해운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후 최소 172척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지난 주말 이란이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해협을 다시 봉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혼선이 있었지만, 실제 선박 운항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 중개업체 마시의 마커스 베이커는 “이제 선박들이 다시 운항하고 있으며 보험 공급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선박들이 자동식별장치(AIS) 송수신기를 다시 켜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AIS는 선박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장치로, 평화 합의 이전에는 공격 우려로 많은 선박이 위치를 드러내지 않은 채 해협을 통과했다.
국제유가 안정세에도 위험 요인 남아
선체 전쟁보험료는 하락했지만, 원유와 곡물 등 화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 화물보험료는 휴전 이후에도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중개업체 WTW의 제임스 리즌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사고 없이 오래 유지될수록 보험료는 계속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모두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로 일부에서는 여전히 기뢰가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도 전쟁 이전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시간 오후 2시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2.97달러로 1.22% 하락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9.47달러로 1.24% 내렸다.
원유 가격 평가기관 아거스미디어의 프랜시스 오즈번 원유 분석 책임자는 “트레이더들은 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도 여전히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 남아 있다는 점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과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뢰 위험과 지역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해운·에너지 시장의 경계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