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서신학회가 주최하는 제2회 공동서신 학회 정기 세미나가 22일 오후 백석대학교 대학원에서 ‘야고보서와 새 언약의 성취 야고보서의 복음적 읽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발제는 채영삼 교수가 맡았으며, 야고보서를 단순한 윤리 지침이나 행위 중심의 서신으로 제한하지 않고, 새 언약의 성취와 복음의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채 교수는 발제에서 그동안 개신교 신학과 강단 사역 안에서 야고보서를 비롯한 공동서신이 바울 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고 밝혔다. 공동서신은 베드로전·후서, 요한 1·2·3서, 유다서 등을 포함하는 서신들을 가리키며, 교회 현장에서는 구원 이후의 윤리 지침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성경이 하나님의 성령에 감동된 여러 인간 저자들을 통해 기록됐다는 점을 짚으며, 각 저자의 고유한 시선과 삶의 배경을 통해 복음의 다양한 면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어느 하나의 신학적 관점에만 치우치지 않고, 성경 전체가 보여주는 정경적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 해석의 균형과 공동서신의 복음적 의미
채 교수는 바울 서신과 공동서신을 대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한 복음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증언하는 정경적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울이 율법을 배경으로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의 칭의를 선포했다면, 예루살렘 사도들이 기록한 공동서신은 세상 속에서 고난받는 성도들에게 주어진 생명과 소망의 복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두 영역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그리스도의 한 복음이라고 설명했다. 바울 서신이 칭의의 복음을 선포한다면, 야고보서를 비롯한 공동서신은 그 복음이 신자의 삶과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생명과 소망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특히 야고보서를 믿음과 행위의 단순한 대립 구도로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야고보서가 강조하는 “말씀을 행하는 자”라는 권면은 도덕적 결단만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새 언약 안에서 신자에게 주어진 생명의 말씀이 실제 삶으로 나타나는 복음의 성취와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고보서의 복음을 ‘새 언약의 성취’라는 구속사적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십자가 사건과 오순절 성령 강림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신자의 마음과 삶 안에 심기게 됐고, 이 말씀이 신자의 인격과 삶을 새롭게 창조하는 능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마음에 심긴 말씀”, 삶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
채 교수는 야고보서가 말하는 복음의 핵심을 “마음에 심긴 생명의 말씀”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 말씀이 단순한 종교적 지식이나 교훈이 아니라, 신자의 신념과 인격을 새롭게 만드는 생명의 씨앗이라고 밝혔다.
그는 복음이 의를 선물로 받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자 안에 심긴 생명의 말씀이 자연스럽게 삶의 변화, 곧 성화를 일으키는 것이 복음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야고보서의 행함은 구원 이후에 덧붙여지는 윤리적 부담이 아니라, 복음이 실제로 사람 안에서 역사할 때 나타나는 생명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 교수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라”는 야고보서의 권면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인의 도덕적 의지나 자기 수양에 앞서, 이미 신자 안에 심겨 동행하시는 성령과 말씀의 빛을 따라 살아가는 존재의 정체성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그는 야고보서의 복음적 읽기가 신앙과 삶을 분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믿음은 머리로 동의하는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성령과 말씀의 역사 속에서 말과 행동, 관계와 공동체의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바꾸는 생명의 복음과 혀의 변화
채 교수는 공동서신이 증언하는 복음이 개인의 내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생명의 능력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세기의 타락 이후 인류가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면서 세상이 거짓과 파괴, 불의와 허무로 가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동서신은 신자의 말, 곧 혀가 성령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경고한다고 설명했다. 야고보서에서 혀의 문제는 단순한 언어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공동체의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앙적 주제라는 것이다.
채 교수는 참된 경건의 표지가 혀를 제어하고 화평을 심는 데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말씀을 떠난 인간의 말은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세상을 어둡게 만들 수 있지만, 성령으로 변화된 말은 화평을 심고 의의 열매를 맺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로부터 오는 지혜와 말씀이 세상을 지옥처럼 만드는 어둠을 몰아내고, 새 창조의 공동체 안에 하나님의 의와 화평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선으로 이기며 십자가의 길을 걷는 삶, 삶의 자리에서 구체적인 화평을 심는 삶이 공동서신이 증언하는 복음의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생명과 말씀이신 예수를 다시 만나는 사귐의 신학
채 교수는 공동서신의 저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목격한 증인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팔레스타인의 거리를 걸으며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전하신 예수님의 삶을 목격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동서신을 깊이 연구할 때, 독자들은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실제적인 삶과 성품을 다시 만나게 된다고 밝혔다. 공동서신은 단지 교리적 명제를 정리한 문서가 아니라, 예수님의 삶을 목격한 사도적 증언 위에서 복음이 신자의 삶과 공동체 안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이어 이번 강의가 신학을 계시와 해석의 정형화된 틀로만 소비하는 현대 신학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경 연구의 목적이 지식적 결과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말씀이 비추는 빛을 따라 하나님과 깊이 연합하는 사귐, 곧 코이노니아에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교회가 성경이 계시하는 복음의 풍성한 샘물로 돌아갈 때 현대사회의 고통에 참여하며, 성경대로 발전하는 신앙의 성숙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