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학자 김호경 교수가 40년간의 치열한 학문적 사유와 깊은 신앙고백을 담아낸 신간 『신약성경, 가까이』를 펴냈다. 이 책은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신학의 언어를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여, 2천 년 전의 신약성경을 오늘날 우리 삶의 현장으로 바짝 끌어당기는 친절하고도 깊이 있는 신앙 안내서다.
소수만을 위한 학문을 넘어 ‘일상의 신학’으로
저자는 지난 40년 동안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무엇을 하시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신약성경 해석의 길을 걸어왔다. 그가 줄곧 마음에 둔 목표는 단 하나, “결코 쉽지 않은 신학을 누구라도 경계심을 내려놓고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글로 옮기는 일”이었다.
책은 신학이 결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며, 신앙과 신학은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신학은 신앙의 뼈대를 구성하고, 신앙은 그 신학을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름 모를 한 여자가 어떻게 진정한 제자가 되는지, 팔복의 ‘온유함’이 무엇을 뜻하는지 등 익숙한 성경 이야기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의미의 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개인을 넘어 역사에 책임지는 성숙한 믿음
성경은 단일한 목소리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치열한 삶이 웅성거리는 역동적인 책이다. 저자는 신약성경 27권에 담긴 이 ‘다양성’에 주목하며,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성경의 힘을 역설한다.
특히 믿음이 결코 개인적인 차원의 구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믿음은 자신이 속한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도록 책임지는 태도다. 개인 구원과 사회 참여 중 하나만을 강요하던 과거의 이분법적 잣대를 성찰하며, 더 넓고 성숙한 차원의 신앙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생각하는 믿음, 이성을 배척하지 않는 신앙
책은 한국 교회 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반지성주의’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계시로서의 성경과 이성적 사고를 대립시키며 “성경을 읽는 데 필요한 것은 믿음이지 이성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태도에 일침을 가한다.
무언가를 읽고 믿으면서 머리를 쓰지 말라는 요구는 애초에 불가능하며, 맹목적인 믿음만을 강요하는 좁은 신학적 틀에서 벗어나야 함을 지적한다. 건강한 신앙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고하는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가치를 뒤집는 진정한 회개
더불어 ‘회개’의 참된 의미를 시간과 가치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회개란 단순히 지난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넘어,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크로노스)에 갇혀 잃어버렸던 생명과 사랑, 기쁨의 의미를 하나님의 통치(카이로스) 안에서 새롭게 회복하는 사건이다.
『신약성경, 가까이』는 맹목적인 신앙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거나, 지성과 영성의 건강한 균형을 찾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명쾌한 통찰을 선사한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일상 속에서 흔들림 없는 믿음의 길을 걷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든든한 영적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