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 “행사되지 못한 한 표… 행정 착오로 넘어갈 문제 아냐”

투표용지 부족 사태 언급하며 공정성·절차적 정의 강조… “2030 청년들 분노에 공감” 밝혀
꿈의교회 김학중 목사 ©기독일보DB

꿈의교회 담임 김학중 목사가 최근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거관리 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 목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지방선거 때, 몇몇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끝내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던 국민들이 있었다”며 “선관위에서는 ‘행정 착오가 일어났다’면서 사과했지만,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왜 국민들이 분노하는 걸까요? 세 가지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우선 헌법에서 보장한 독립성을 악용했다는 것”이라며 “선거관리 기관의 독립성은 외부 정치 권력의 개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 취지는 옳다. 그러나 독립성이란 자유가 클수록 그에 걸맞은 책임도 함께 커야 한다. 외부 간섭은 막으면서, 내부 실책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책임이 흐려진다면, 그것은 독립성이 아니라 무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선관위의 매너리즘”이라며 “4년 전에 이미 한 보고서에서 경고음을 울렸던 선거관리의 하청 문제, 몇 번이나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집단 휴직 사태. 그러나 ‘늘 그래왔으니까 설마 문제가 있겠냐, 문제가 터져도 또 한 번 사과하면 되겠지’라는 선관위의 매너리즘이 이 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가장 큰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가 결국 헌법에서 명시한 참정권을 방해하는 결과로 나왔다는 점”이라며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이 동일하게 한 표를 행사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한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선거에서 어떤 시민의 한 표는 행사되고 어떤 시민의 한 표는 막혔다면, 그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평등한 참정권의 명백한 침해이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도 존중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공정성의 문제에서, 그동안 잠잠히 있던 2030 세대까지도 거리에 나서서 분노하기 시작했다. 왜 분노할까요? 이 세대는 어릴 때부터 공정한 경쟁을 사회적인 룰로 받아들이며 자라왔다”며 “수능 한 문제, 스펙 한 줄에 미래가 걸린 살얼음판을 걸어왔고, 군 복무의 공백을 감내하며, 수십 번의 탈락을 버텨내면서도 ‘절차는 지켜야 한다’는 신뢰를 놓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 공정성을 체험한 곳이 바로 학교 선거였다. 학교 선거를 통하여, 절차가 지켜지는 선거야말로 민주주의라는 것을 누누이 배웠다”고 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2030 청년들에게 선거는 공정성이 가장 보장되어야 하는 이벤트”라며 “그런데 그 공정성을 책임져야 했던 기관에서 가장 기본적인 준비마저 실패했다. 자신들에게는 단 하나의 실수도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했던 사회가, 자기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니 넘기자’고 한다. 이 책임의 비대칭성이 청년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정치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공정성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요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2030 청년들의 분노에 지극히 공감한다. 특별히 성직자로서 가슴을 치며 공감한다. 이 공정성에 대한 열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성경에서 강조되었기 때문”이라며 “구약의 예언자들이 강조하는 정의 중 하나가 바로 절차적 정의인 '미슈파트'이다. 절차가 제대로 되어야 정의라는 뜻이다. 또 신약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큰 무리 속에서도 단 한 사람을 주목하시고, 한 명 한 명의 아픔을 고치셨다”고 했다.

김 목사는 “‘돌아선 그 한 국민, 행사되지 못한 그 한 표’는 그저 행정 착오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는 하나님께서 귀하게 여기신 한 사람의 가치를 명백하게 무시한 행위이고, 국가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제도가 무시된 행위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는 경제 성장과 외적인 발전에 취하는 동안 이웃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추악한 자화상을 보여주는 현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이 글을 쓰면서, 저도 솔직히 기성세대로서, 성직자로서, 이 시스템 안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그래서 더 외친다. 이런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 특별히 기성세대가 더 미안한 마음으로 이 일에 두 눈을 부릅뜨고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형식적인 사과나 담당자 교체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이 사태가 일어났는지 투명하게 규명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다시 세팅해야 한다”며 “그뿐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과 청년들에게만 공정성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부터 공정성을 어떻게 지킬지, 각 분야에서 자성과 실질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30 청년들의 분노를 철없는 불만으로 여기며 넘어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태로움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닥친 이 위기를, 이제 기회로 만들 때이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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