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재선거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국민 여론을 앞세워 재선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현실적 가능성과 절차적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 대표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선거는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할 단계가 지났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은 재선거를 원하고 있다”며 “어물쩍 국정조사로 넘어가거나, 여당 추천 특검으로 대충 뭉개고 가려 하거나, 선관위 직원 교체로 끝내려 한다면 들불처럼 타오르는 국민의 분노를 절대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선거 신뢰와 국민 투표권 보장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개표소 앞에서 이어진 시민들의 항의와 시위를 “시민 저항 운동”으로 평가하며 여론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개표소 앞 시위 현장 방문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일부 의원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시위 현장도 방문했다.
장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서울 잠실 개표소 앞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재선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오늘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올림픽공원에서 여러분과 함께 재선거를 외치겠다”고 적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시위에 동참하되, 당이 시위를 주도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시위의 주인공은 시민이기 때문에 의원들이 동참은 하되 선도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장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미 많은 국민은 이재명과 민주당, 선관위가 이번 사태를 부른 공범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의 즉각적인 회담을 요구하고, 민주당을 향해서는 국정조사와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당내 신중론 “재선거 공감대 크지 않아”
그러나 지도부의 강경한 재선거 요구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장 대표의 공개적인 재선거 요구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런 사안은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물어보고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 공감대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지도부 차원의 여론전이 당 전체의 입장처럼 비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선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재선거를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재선거를 한다면 어디까지 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전체를 다시 할 것인지, 특정 지역만 할 것인지, 송파 등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 한정할 것인지 등을 정해야 한다”며 “법적·절차적 기준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선거 요구, 당내 논의 거쳐 확산될지 주목
국민의힘 지도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선거 신뢰 훼손 문제로 부각하며 재선거 여론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재선거 요구가 정치적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현실적 절차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향후 국민의힘이 재선거 요구를 당론 수준으로 끌어올릴지,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에 집중할지에 따라 대여 공세의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선거 요구가 실제 제도적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