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보다 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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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목사(세인트하우스평택)

도산안창호함이 우리에게 묻는 평화의 질문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며칠 전 뜻밖의 괴소문이 돌았다. “도산안창호함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잠적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말들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진실은 전혀 달랐다. 우리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은 진해를 떠나 괌과 하와이를 거쳐, 한국 잠수함 역사상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해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무사히 입항했다.

약 1만4000km의 대장정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하와이에서부터 캐나다 해군 승조원들이 실제 탑승해 항해를 함께하며 한국 잠수함의 장거리 운용 능력과 통신 호환성, 작전 체계를 직접 검증했다는 사실이다. 현지 군 관계자는 “1999년식 혼다를 타다가 신형 테슬라를 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한다. 우리 기술의 성취가 먼 바다에서 조용히 증명된 순간이었다.

이제는 세계가 우리의 조선 기술과 방산 역량을 검증하는 시대가 되었다. K-조선 빅3가 글로벌 수주 30조원 호황 속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잠수함이 국제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모습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과 연결된 이번 항해는 단순한 군사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의 기술과 신뢰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묻는다. “이쯤 되면 한국형 핵잠수함도 가능하지 않을까?”

가능성은 분명 커졌다. 핵잠수함은 단순히 원자로를 다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잠항하며 전략자산을 운영할 국가 역량 전체를 요구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강해지려 하는가.

강한 군대는 중요하다. 그것은 현실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미·중 해양 패권 경쟁 속에서 국방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특히 북한이라는 특수한 안보 현실 앞에서 국방력 강화는 국민 생존과 직결된다. 그러나 강한 무기가 반드시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역사는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20세기는 가장 강한 무기가 가장 끔찍한 전쟁을 만들었던 세기였다. 핵무기가 등장했지만 인류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냉전은 끝났어도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날 세계는 해양패권주의 시대를 넘어 우주패권주의 시대로 향하고 있다. 바다 아래 잠수함 경쟁이 끝나기도 전에, 우주 위성 무기와 인공지능 전쟁 준비가 시작되었다.

진정한 평화는 군함의 강철 갑판 위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앞으로의 평화 전략은 두 개의 축이 함께 가야 한다.

첫째는 현실적 억지력이다. 북한을 의식한 과시 수준을 넘어, 국제 질서 안에서 신뢰받는 방위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군사력은 전쟁을 하기 위한 힘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신뢰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캐나다와의 연합 검증처럼 “함께 안전을 지키는 동맹”이 중요하다.

둘째는 더 중요하다. 평화 감수성의 문화를 키우는 일이다. 학교에서는 경쟁보다 협력을 배우게 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세대가 연결되는 공동체 훈련을 회복해야 한다. 국제관계도 군사외교 못지않게 문화외교, 인도주의 외교, 기후협력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는 나라가 아니라, 갈등을 중재하는 신뢰 국가가 되는 것. 그것이 진짜 선진국 아닐까.

도산안창호함의 이름을 다시 생각해 본다. 안창호 선생은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동시에 사람을 길러야 나라가 산다고 믿었다. 나라의 힘은 무기만이 아니라 국민의 품격과 사랑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어쩌면 이번 캐나다 항해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이것인지도 모른다. 잠수함은 깊은 바다를 건넜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깊은 질문을 건너야 한다.

"우리는 무기로 평화를 지킬 준비는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랑으로 평화를 만들 준비는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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