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도로 붕괴 사고, 안전점검 중 3명 사망… 전문가들 “구조적 안전불감증 드러나”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공사 중 2.9㎝ 단차 확인 뒤 구조물 붕괴… 절단 공법·비계 구조·보강 없는 점검 등 사고 원인 수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현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해 안전점검에 참여했던 감리단장과 현장 관리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는 고가도로 철거 과정에서 상판 일부에 이상 징후가 발견돼 작업이 중단되고, 긴급 안전점검이 진행되던 중 발생했다.

이번 서소문고가도로 붕괴 사고는 단순한 공사 현장 사고를 넘어, 위험 신호가 확인된 구조물에 사람이 직접 접근한 상황에서 인명 피해가 났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량 철거 과정에서 구조물의 하중 균형이 무너졌을 가능성과 함께, 붕괴 위험이 감지된 뒤에도 충분한 임시 보강과 원격 점검 절차가 선행되지 않은 점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2시 32분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공사 현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는 서울시 관계자와 감리단, 안전진단업체 관계자, 외부 구조 전문가 등 모두 9명이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서울경찰청 차원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 2.9㎝ 단차 확인 뒤 진행된 안전점검… “붕괴 단계 진입 신호”

이번 사고는 철거 공정 중 고가도로 상판 일부에서 약 2.9㎝의 단차가 확인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구조물에 이상이 감지되자 작업을 중단했고, 이후 서울시와 감리단, 외부 전문가 등이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점검이 진행되던 도중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현장에 있던 점검 인력들이 사고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2.9㎝의 단차를 단순한 처짐이나 경미한 변형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교량과 같은 대형 구조물은 상판과 거더, 지지부 등 여러 부재가 하중을 나눠 받으며 균형을 유지하는데, 철거 과정에서 일부 부재가 제거되거나 절단되면 기존 하중 전달 체계가 급격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2.9㎝가 처졌다는 것은 이미 구조물이 붕괴 단계로 들어가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량 철거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철거 작업 자체가 구조물의 힘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해체하는 고위험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현장에서는 교량 상판과 거더를 줄톱 등으로 잘라내는 절단 공법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절단 공법은 해체 순서와 하중 분산 계획이 정밀하게 맞물려야 하는 작업이다. 절단 순서가 어긋나거나 특정 부위에 하중이 집중될 경우, 남아 있는 구조물이 예상보다 빠르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

◈ 절단 공법과 비계 구조물, 붕괴 촉발 요인으로 거론

전문가들은 서소문고가도로 붕괴 사고의 원인을 단일 요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철거 공정 중 하중 분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교량은 완성된 상태에서는 안정적으로 설계돼 있지만, 철거 과정에서는 일부 부재가 사라지면서 설계 당시와 전혀 다른 힘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최 교수는 “교량 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험한 작업”이라며 “철거 막바지라서 위험했다기보다 철거 자체가 구조물의 힘 균형을 무너뜨리는 고위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철거 공정에서 안전관리의 핵심이 단순히 작업자 보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체되는 구조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보강 조치를 병행하는 데 있다는 의미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의 직접 원인 중 하나로 비계 구조물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 교수는 “비계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상판 일부를 함께 끌어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관 파이프로 구성되는 비계 구조물의 경우 연결 부위를 십자 형태로 단단히 결속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결속 상태가 충분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여러 명의 조사 인력이 동시에 구조물 위에 올라가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거론됐다. 현장에는 약 9명의 점검 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동하거나 구조물 위에 올라설 경우 비계와 상판에 충격 하중이 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불안정이 이미 진행 중이었다면, 점검 인력의 이동과 진동 자체가 붕괴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먼저 지지한 뒤 접근했어야”… 보강 없는 점검 논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이상 징후가 확인된 구조물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교량이나 고가도로 등 대형 구조물에서 처짐, 균열, 단차 등 붕괴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신호가 발견되면 사람의 직접 접근을 최소화하고, 드론이나 원격 계측 장비를 통해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후 구조물이 추가로 처지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임시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크레인 등 장비를 활용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보강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번 현장에서는 충분한 보강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점검 인력이 구조물 위로 올라간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교수는 “밑에서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크레인으로 구조물을 잡아주는 조치가 있었다면 붕괴 가능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구조물은 먼저 지지한 뒤에 사람이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안전점검 자체의 안전 문제도 다시 드러냈다. 통상 안전점검은 위험을 확인하고 사고를 막기 위한 절차로 여겨지지만, 이미 붕괴가 진행 중인 구조물에서는 점검 인력 역시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최 교수는 “안전 점검 중 사고는 종종 발생하지만 점검 도중 구조물이 무너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점검 인력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 매뉴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안전불감증 지적도… “사고 전 위험 신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이번 서소문고가도로 붕괴 사고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장의 판단 착오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안전관리 문화도 되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험 징후가 보였음에도 이를 곧바로 ‘붕괴 임박 신호’로 해석하고 인력 접근을 통제하는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까지 위험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안전관리 체계가 사후 수습 중심에 머물 경우, 구조물의 작은 변화나 경고 신호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후 인프라나 철거 중인 구조물에서 균열, 진동, 처짐, 단차 등이 확인될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일정 기준 이상의 변화가 감지되면 즉시 인력 접근을 제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원격 점검을 우선 적용하고, 사람이 직접 접근해야 하는 경우에는 임시 지지대 설치와 구조물 보강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철거 공정에서는 해체 순서, 하중 변화, 비계 구조물의 결속 상태 등을 단계별로 확인하는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 경찰, 50명 규모 전담수사팀 편성… 사고 원인 규명 착수

이번 사고로 숨진 3명은 감리단장 1명, 현장 관리소장 1명, 외부 전문가 1명으로 확인됐다. 부상자 3명도 발생했다. 사고 당시 이들은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확인된 이상 징후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전담수사팀장은 백승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이 맡았다. 경찰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철거 공정의 적정성, 현장 안전관리 조치, 점검 인력 투입 과정, 비계 설치 및 결속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담수사팀에서는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고,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소문고가도로 붕괴 사고는 위험 징후가 확인된 뒤 진행된 안전점검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철거 공사 현장의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위험을 감지한 이후의 대응 절차와 안전점검 인력 보호 체계를 함께 점검해야 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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