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탄생』 출간… AI 시대 다시 묻는 인간 마음의 기원

“마음은 행동명사”… 미생물에서 인간 문명까지, 의식 진화의 긴 여정 조명
도서 「의식의 탄생」

세균도 결정을 내리고, 아메바도 기억하며, 새들은 문화를 만든다. 그렇다면 의식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일까.

신간 『의식의 탄생』(진성북스)은 이 오래된 질문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오기 오거스(Ogi Ogas)와 사이 개덤(Sai Gaddam)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30억 년 전 미생물의 움직임에서 시작해 인간의 언어와 자아, 그리고 문명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진화’를 하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추적한다.

책은 철학과 뇌과학, 진화생물학, 인공지능 담론을 넘나들며 인간 의식의 기원을 설명한다. 특히 AI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인간의 마음과 의식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자들은 마음을 특별한 영혼이나 초월적 존재로 보지 않는다. 대신 ‘특별한 배열’ 속에서 탄생한 동적인 활동 체계로 해석한다. 이들은 마음을 단순한 추상명사가 아닌 ‘행동명사’라고 설명하며, 생명체가 환경에 반응하고 스스로를 조직하는 과정 자체가 마음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의식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의식의 탄생』은 인간의 의식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진화해온 움직임의 역사라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빛을 향해 편모를 움직이는 고세균의 행동을 가장 원초적인 마음의 형태로 바라본다. 단순한 생명체의 움직임 속에도 선택과 반응, 방향성이 존재하며, 이것이 결국 인간 의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책은 아메바의 집단 신호와 새들의 문화 형성, 인간 언어의 발달 과정을 연결하며 마음이 어떻게 점차 복잡해졌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의 자아 역시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기억하고 말하며 자신을 재구성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자아는 사물이 아니라 언어로 이루어진 활동”이라는 문장은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설명하고 기억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 같은 설명은 오랫동안 철학이 다뤄온 자아와 의식의 문제를 현대 신경과학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 시대 인간 의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이 책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AI 시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AI에게도 마음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질문 자체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마음은 특정 재료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경험, 상호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배열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고세균의 움직임과 인간 언어가 그러했듯, 오늘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AI 역시 인간 사회의 ‘슈퍼 마인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인간 사회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단순히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BTS 멤버가 사용한 물건 사례를 통해 인간 의식의 가치 판단 구조도 설명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경험과 기억, 상징 체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며, 인간은 객관적 정보보다 관계와 집단 기억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분석이다.

뇌과학과 철학으로 풀어낸 ‘마음의 역사’

『의식의 탄생』은 단순한 과학 교양서를 넘어 인간 존재 자체를 다시 질문하는 책으로 읽힌다.

인류 문명의 역사를 다룬 『사피엔스』가 인간 사회의 흐름을 조명했다면, 『의식의 탄생』은 그 문명을 가능하게 만든 ‘마음의 역사’를 추적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라며 “빛을 향해 움직이던 미생물의 선택에서 시작된 마음의 긴 여정을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복원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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