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라는 신(神), 그리고 희생자 중심의 새로운 권위주의

패이비 래세넨 판결이 남긴 숙제
마틴 데이비 박사. ©gileadbookspublishing.com/martin-davie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마틴 데이비 박사의 기고글인 ‘패이비 래세넨 유죄 판결의 배경과 이유를 이해하기’(Understanding the reasons for the conviction of Päivi Räsänen)를 5월 10일(현지시각) 게재했다.

마틴 데이비 박사는 성공회 평신도 신학자로, 길르앗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성공회 신학과 교회론 3부작인 『우리의 신앙 유산』, 『복음과 성공회 전통』, 『주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롯해 다수의 책과 논문을 집필했다. 그는 여러 신학교에서 가르쳤으며, 영국성공회를 위해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그리고 교회 일치 운동 관련 사역에도 참여해왔다. 현재는 영국성공회복음주의협의회의 신학 자문위원이자 라티머 트러스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지난 3월 26일, 핀란드 기독교 민주당 의원 패비 래세넨(Päivi Räsänen)과 루터교 주교 유하나 포졸라(Juhana Pohjola)는 핀란드 대법원에서 3대 2 판결로 소수 집단에 대한 선동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4년 래세넨이 집필하고 주교가 발행한 소책자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 동성 관계가 기독교적 인류관에 던지는 도전』의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이 기소는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변호를 지원한 기독교 법률 단체 '자유수호연합(ADF)'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 사회의 근간임을 강조하며, 민주 국가를 자처하는 핀란드의 검찰총장이 오히려 이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래세넨은 하급심에서 두 차례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2004년의 소책자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 매우 어두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더 큰 문제는 대법원이 유죄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구체적인 논리다.

대법원의 유죄 판결 논리: "과학적 사실인가?"

대법원은 판결문(45-47, 51, 57-58항)에서 래세넨의 주장이 '현대 의학적 견해'에 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가 소책자에서 "동성애는 심리성적 발달 장애"라고 기술하고 "동성애가 자연스럽고 건강한 성적 변이"라는 주장을 부정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은 2020년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의 전문가 의견을 인용하며, 현대 의학(정신의학)에서 동성애는 정상적인 성적 스펙트럼의 일부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동성애를 장애나 비정상으로 묘사하는 것은 "현대 의학적 인식에 비추어 볼 때 잘못된 주장이며, 동성애자들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법원은 이 소책자가 개별 동성애자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 집단 전체를 '발달 장애'와 연결 지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주장이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사회적·의학적 견해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종교의 자유가 이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래세넨의 발언이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태도를 강화하며 심리적 해악을 끼칠 수 있으므로, 표현과 종교의 자유보다 형사 처벌의 필요성이 우선한다고 결론지었다.

현대 사회의 세 가지 지배적 이데올로기

이번 판결은 핀란드를 넘어 서구 사회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한 세 가지 위험한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1. 신(神)이 된 과학: 과학이 진리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심판자가 되었다. 판사들에게 신학적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래세넨이 "과학을 따르지 않았기(Follow the science)" 때문에 범죄자가 된 것이다.

2. 권위를 위임받은 과학 기구: 과거 교회의 선언이 권위를 가졌듯, 이제는 '국립 보건복지연구소'와 같은 공인된 기관의 판단이 모든 시민이 굴복해야 할 절대적 권위가 되었다.

3. 심리적 해악에 근거한 범죄화: 신체나 재산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더라도, '잘못되고 모욕적인 발언'으로 타인에게 심리적 해악을 끼쳤다고 간주되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이른바 '혐오 표현').

왜 이러한 아이디어가 문제인가?

이러한 논리는 매우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과학은 신이 아니다. 과학 역시 신학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인간의 시도는 언제나 제한적이고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과학의 역사는 집단 사고, 정치적 압력, 혹은 상업적 이유로 당시의 '정설'이 나중에 오류로 판명된 사례들로 가득하다.

둘째, 과학적 권위 역시 틀릴 수 있다. 역사를 보면 과거의 과학적 권위들은 인종 차별, 남성 우월주의, 정신 질환자에 대한 전두엽 절제술 등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특정 기관의 발언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범죄)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논리다.

셋째, 심리적 해악 방지라는 명분이 검열의 도구가 된다. 진리는 검열되어서는 안 된다. 소수 집단에게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과학적·신학적 논의를 막는다면 진정한 과학의 발전은 불가능해진다. 만약 누군가의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형법을 동원해 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과학적 증거를 통해 반박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다.

새로운 자유주의적 권위주의의 등장

오늘날의 세계는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견을 억압하는 '희생자 중심의 권위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현대인들은 심리적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억압'으로 간주하며, '희생자'라는 언어를 선점한 세력은 거대한 문화적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이 체제 안에서 표현의 자유와 학술적 자유는 약자를 marginalize(소외)시키는 '면죄부'로 취급될 뿐이다.

패비 래세넨의 유죄 판결은 바로 이러한 권위주의의 적나라한 전시다. 자유주의 국가가 보수적 기독교 가르침의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이견을 범죄화하고 있다. 법적 권력을 동원해 과학적·신학적 논의를 폐쇄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단순히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자'는 일반적인 호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이 왜 논리적으로 위험한지, 과학적 오류라는 프레임이 어떻게 자유를 갉아먹고 있는지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침묵은 그들의 '삭제 작업'에 동조하는 일이다.

#크리스천투데이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