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한국 HMM 화물선 ‘나무호’가 외부 공격을 받은 정황이 확인되면서 공격 주체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공격 주체를 예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만약 이란 측의 공격으로 결론 날 경우 외교·안보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정확한 사고 원인이 확인될 때까지 신중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와 선체 파손 부위 등에 대한 정밀 분석이 진행 중이며, 관계 당국은 공격 경로와 사용된 무기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무호 폭발 직후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전쟁과 무관한 국가 선박들을 향해 여러 차례 발포했다”고 주장하며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역시 지난 6일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놓으며 사실상 공격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또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 직후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이란 측 입장을 요구한 점 역시 정부가 이란 연루 가능성을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현재 공격 주체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고자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 의도적 공격 여부 판단 주목…한·이란 관계 변수로
정부는 단순히 공격 주체를 특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번 사건이 의도적인 공격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선박 선미 동일 지점이 약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우발적 충돌이나 단순 오인 가능성보다는 계획된 공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한국 선박이 왜 공격 대상이 됐는지, 공격 당시 상황과 경위가 무엇이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란 측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경우, 한·이란 관계는 상당 기간 경색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우선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 항의와 공식 사과 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공동 대응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공격 주체가 이란으로 명확히 확인될 경우 보다 강도 높은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교나 외교관계 축소와 같은 극단적 대응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데다, 이란과는 과거 미국 제재와 동결 자금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외교적 대응과 에너지 안보 부담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해양자유구상 참여 가능성 부상…군사·안보 대응 검토
이번 나무호 피격 사건은 향후 한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프리덤’과 해양자유구상(MFC) 참여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대통령실은 사고 초기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 한반도 안보 상황, 국내법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국방부와 외교부 역시 “관련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이어왔다.
그러나 만약 이란의 의도적 공격으로 확인될 경우 국내에서도 한국 선박 보호와 해상 안전 확보 차원에서 미국 주도 해양안보 체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의 핵심 항로인 만큼, 선박 안전 문제가 국가 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안보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제 군사작전 참여에는 상당한 부담도 따른다. 호르무즈 해협은 군사적 긴장감이 높은 지역인 데다, 미국 주도 작전에 공식 참여할 경우 이란과의 외교 관계 악화는 물론 중동 정세 전반에 미칠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명확한 참여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다국적 연합체 논의를 지켜봐 온 것도 이 같은 복합적 부담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향후 폭발·화재 원인 조사 결과와 함께 비슷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의 대응 움직임, 미국과 동맹국들의 입장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군사작전 참여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