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는 신학의 전제이며 하나님 인식의 유일한 근거”

기독교학술원, ‘바빙크 계시 우위 신앙’ 조명
기독교학술원 제118회 월례학술포럼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발표자들이 행사를 마친 뒤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제공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은 17일 오후 서울 양재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바빙크의 계시 우위 신앙’을 주제로 제118회 월례학술포럼 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기독교학술원 월례학술포럼은 개혁주의 신학의 대표적 신학자인 헤르만 바빙크의 사상을 재조명하며, 현대 신학과 신앙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 계시는 신학의 전제… “신앙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대한 순종”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원장은 바빙크를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자유주의 신학과 현대주의 사상이 확산되던 시기에 개혁주의 신학의 진리를 수호한 신학자로 평가했다. 그는 독일 신학자 헬무트 틸리케와 함께 바빙크를 언급하며 “이들이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신앙의 본질을 변증한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바빙크 사상의 핵심을 “계시는 신학의 전제이며 하나님 인식의 유일한 근거”라는 것으로 제시하며 바빙크가 신앙과 문화를 대립시키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신앙은 문화를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죄와 싸우며 문화를 구속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창조 계시와 일반 계시, 특별 계시라는 객관적 인식의 원리와 이를 이해하도록 돕는 성령의 내적 사역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특히 오늘날과 같은 탈진실 시대 속에서 바빙크의 계시 우위 신앙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주관주의를 극복하고 종교다원주의 시대 속에서 계시의 유일성을 회복하는 데 있어 바빙크의 신학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며 “자유주의 신학에 맞서 하나님의 계시가 지닌 객관적 진리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 바빙크 인식론 구조 속 신앙 이해… 현대신학과 개혁신학의 긴장 극복

(왼쪽부터) 안명준 교수, 김영한 박사, 유태화 교수, 김성봉 교수. ©기독교학술원 제공

이날 발제를 맡은 유태화 교수(백석대 조직신학)는 ‘헤르만 바빙크의 인식론 구조에서 본 신앙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바빙크를 종교개혁 신학과 현대신학 사이의 긴장을 독창적으로 극복한 신학자로 평가했다.

유 교수는 “계몽주의 합리주의와 칸트 인식론, 그리고 슐라이어마허를 통해 등장한 종교학적 흐름이 신학적 인식론의 간극을 크게 만들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바빙크는 자유주의 신학을 깊이 연구하면서도 개혁교회의 신앙 고백 전통을 유지하며 독자적인 신학 체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이어 “바빙크는 보수적인 신앙 환경에서 성장해 캄펀신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레이든 대학교에서 자유주의 신학을 접하며 학문적 폭을 넓혔다”며 “특히 그는 슐라이어마허의 영향을 분석한 논문으로 학위를 마치며 현대신학의 흐름을 깊이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바빙크가 현대적 청중을 향해 개혁신학의 가치를 보편적 신학으로 확장하려 했다”며 ”이는 단순한 전통 유지가 아니라, 시대적 상황 속에서 신학의 보편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였다”고 했다.

◆ 창조·일반·특별 계시의 유기적 구조… 신앙과 학문의 통합 강조

발제에서는 바빙크의 인식론 구조가 창조 계시, 일반 계시, 특별 계시의 유기적 연관성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유 교수는 “바빙크가 하나님이 객관적으로 자신을 계시하고, 성령의 사역을 통해 인간이 이를 주관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신앙하는 존재가 되며, 신앙은 단순한 종교적 감정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하나님을 옳다고 인정하는 행위로 이해된다”며 “이러한 인식은 학문 연구에도 적용되어, 모든 학문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탐구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특별 계시는 일반 계시의 한계를 드러내며, 창조와 구속의 전체적 관점을 열어준다”며 “이를 통해 자연과 은혜, 교회와 세상, 창조와 재창조 간의 관계가 대립이 아닌 유기적 통합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신학적 구조가 그리스도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며, 비그리스도인과도 협력하며 변혁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 객관적 계시와 주관적 계시의 만남… 신앙의 확신과 삶의 실천으로

유 교수는 “신앙이 객관적 계시와 성령의 주관적 계시가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며 “성경을 통해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내적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깨닫고, 이에 대한 전인격적 결단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신앙은 단순한 이해를 넘어 확신을 동반하며, 이는 그리스도인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학문 활동과 복음 전파 모두에서 이러한 확신이 필요하다. 특히 현대 사회 속 다양한 세계관과 경쟁하는 상황에서도 그리스도인은 창조 질서를 향한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설교와 복음 전파에 있어서도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며 “특별 계시에 근거한 진리는 가장 본질적인 진리이며, 이를 선포하는 것이 신앙인의 사명”이라고 했다.

◆ “삶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 순종 속에 하나님의 영광 드러나”

한편, 앞서 진행된 경건회에서는 안명준 교수(한국성서대 초빙교수, 평택대학교 명예교수)가 ‘가나 혼인잔치가 주는 신학적 교훈: 의도성’을 주제로 설교했다.

안 교수는 요한복음 2장 1~11절 가나 혼인잔치 본문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원리를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어려움과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그분의 영광이 나타난다”고 했다.

아울러 “인간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참된 주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부족함을 통해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신다”며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야이자 주님이심을 믿고 고백하는 것이 신앙인의 삶의 핵심이며, 이를 연구하고 전하는 것이 중요한 사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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