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철 자살 증가 ‘스프링 피크’ 현상
날씨가 풀리고 사회 전반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봄철에 자살 시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국가 사망원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자살 사망자 1만4872명 중 가장 많은 1354명(9.1%)이 4월에 발생했다. 이는 같은 해 11월 1130명보다 200명 이상 많은 수치다.
최근 3년간 자살 사망자 4만1756명 가운데 3월 3743명, 4월 3737명, 5월 3794명으로 봄철 자살 사망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처럼 봄철 자살 증가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며 ‘스프링 피크(Spring Peak)’로 불린다.
◈ 봄철 자살 증가 원인… 생리·사회적 요인 복합 작용
전문가들은 봄철 자살 증가의 원인으로 생리적 변화와 사회적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일조량 증가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감정 기복을 확대시키고, 겨울철보다 활동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충동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정선재 연세대 의대 교수는 “겨울에는 우울감이 깊어도 행동으로 이어질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봄에는 에너지가 생기면서 자살 시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학기, 졸업, 인사 이동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감 역시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위험 신호 인지 부족…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자살 시도자는 사전에 다양한 위험 신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죽음에 대한 언급과 같은 언어적 신호, 주변 정리 행동, 우울감 심화와 흥미 저하 등 정서적 변화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호가 실제로 주변에 의해 인지되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심리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96.6%가 사전에 위험 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자살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OECD 1위 자살률… 전 연령대에서 위기 확인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6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3.2명으로 OECD 평균(10.7명)의 두 배 이상이며, 2위 리투아니아(18.0명), 3위 일본(15.6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53.3명으로 가장 높았고, 중장년층에서는 자살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특히 40~50대 남성은 각각 2000명 이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청소년의 경우 사망 원인 1위가 자살로 나타나 모든 연령대에서 자살 위험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연령별 위험요인 차이… 맞춤형 대응 필요
자살 원인은 연령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10~20대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주요 원인이었고, 30~50대는 경제적 어려움, 60대 이상은 신체 질환이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백종우 경희대 교수는 “자살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는 문제로, 각 집단별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살 시도 경험자와 유가족 역시 주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지목됐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자살 시도자는 재시도 가능성이 높아 사후 관리가 자살 예방 정책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 맞춤형 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 요구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을 위해 연령별·상황별 맞춤형 정책과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순찬 인하대 교수는 “자살 예방은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목표가 아니라,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자살예방 기본법 제정과 지역 중심 대응, 경제적 위기 계층 지원 등을 통해 자살률을 30% 이상 낮춘 사례로 제시됐다.
정선재 교수는 “노인층에는 통합돌봄 정책이, 중장년층에는 직장 기반 접근이 효과적인 개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위험군을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 개입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선완 교수는 “빈곤, 실직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자살과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긴급 지원과 복지 연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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