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도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략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쟁 목표와 대응 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 전쟁을 종식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의 군사적 개입 중심 접근에서 일정 부분 전략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군사작전 장기화 우려 속 전략 재조정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해협의 좁은 수로를 군사적으로 개방하는 작전이 당초 예상된 4~6주를 넘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면적인 군사 개입보다는 외교적 압박과 제한적 군사 대응을 병행하는 방향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란 해군 전력과 미사일 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적대 행위를 완화하도록 압박하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흐름을 재개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주요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시도가 실패할 경우 미국이 유럽과 걸프 지역 동맹국들에게 해협 재개방을 주도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군사적 선택지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우선 순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엇갈린 메시지 속 정책 방향 혼선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다. 해협 봉쇄가 48시간 내 해제되지 않으면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는 한편, 해당 해협은 미국보다 다른 국가들에 더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의 변화는 미국의 대응 전략이 일관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핵심 현안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둘러싼 대응 방향에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수잔 말로니 부소장은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 작전을 종료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세계 경제 영향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 가격 상승은 물론, 비료와 헬륨 등 주요 산업 원자재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하면서 관련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말로니 부소장은 “에너지 시장은 본질적으로 세계적이며, 이미 발생하고 있는 경제적 피해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방법은 없다”며 “해협 폐쇄가 지속될 경우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84%와 액화천연가스의 83%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란이 해협을 장악한 이후 미국 원유 가격은 30일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일부 금융 분석가들은 해협 통행이 지속적으로 제한될 경우 유가가 2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군사 배치 확대와 전쟁 목표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구상은 현재 진행 중인 군사적 움직임과 일정 부분 상충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에 주둔 중이던 USS 트리폴리함과 제31해병원정대가 중동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미국 본토의 제82공수사단 일부 병력도 파견 명령을 받은 상태다.
또한 추가로 1만 명 규모의 지상군 파병이 검토되고 있으며, 특수 군사작전을 통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해협에서 정상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해협 재개방을 명확한 목표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같은 날 인터뷰에서 “현재 작전은 몇 주 내 마무리될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해협이 개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