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정 예배 제한 법안 추진… “신앙의 일상 자체 위축 우려”

러시아의 한 ‘기도의 집.’ ©한국VOM

러시아에서 주거 공간 내 종교 활동을 대폭 제한하는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교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핍박 감시 단체인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대표 에릭 폴리)에 따르면, 러시아 의회인 국가두마는 오는 6월 주택과 아파트에서의 종교 모임을 규제하는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예배뿐 아니라 기도 모임과 전도 활동까지 폭넓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초안은 주거지에서의 종교 행위를 ‘거주자의 개인적 신앙 필요를 충족하는 범위’로 한정하고 있어, 외부인이 참여하는 예배나 모임은 사실상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공동체 중심으로 운영되던 교회 활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에릭 폴리 대표는 “러시아 교회 역사에서 가정 모임은 매우 중요한 형태였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상당수 교회가 존립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재정적 이유로 별도 예배당을 마련하지 못한 교회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개신교 진영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 복음주의 기독교 침례교회 연합은 소속 교회들에게 항의 서한 작성을 권고하며 입법 저지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 예배와 기도가 신앙생활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규제가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순절 계열 교단인 러시아 오순절 기독교인 연합회 역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도자인 세르게이 라호프스키 주교는 “가정 모임과 같은 전통적 신앙 형태가 위협받게 된다”며 “특히 소도시와 농촌 교회는 현실적으로 대체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공공 안전과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의원은 주거지 내 종교 모임이 주민 불편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안드레이 루고보이 의원은 일부 공간이 범죄나 극단주의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교계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실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러시아 개신교 교회 지도자 협의회는 공개 서한을 통해 “개신교 활동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기록은 찾기 어렵다”며 법안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러시아 정교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회 법률 담당자인 크세니아 체르네가는 성직자가 가정에서 성례를 집례하는 과정까지 제약될 수 있다며, 법안의 적용 범위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 시도가 최근 러시아 내 종교 자유 환경이 점차 위축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제 종교 자유 위원회는 러시아가 평화적인 종교 단체를 극단주의로 규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국제사회 역시 이러한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를 종교 자유 침해 우려 국가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관련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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