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에서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술’의 문제를 성경적 관점에서 다시 살펴본 책 <성경 속의 술>이 출간됐다. 이 책은 술을 둘러싼 금기와 오해를 성경 본문 속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토하며, 신앙과 일상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도록 안내한다.
한국 교회에서 술에 대한 문제는 늘 조심스러운 주제로 여겨져 왔다.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가 더 큰 논쟁거리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성경 속의 술>은 바로 이 질문, “술을 마시는 교인은 죄인인가”라는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아 성경 속 기록을 하나씩 살펴본다.
저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술의 다양한 장면들을 따라가며 술이 허락된 상황과 경계된 상황을 구분한다. 노아의 포도주 이야기, 제사와 절기 속 전제, 전도서와 아가서에 나타난 기쁨의 상징, 그리고 예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가나의 혼인잔치까지 성경 속 술의 의미를 폭넓게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술은 단순한 금기의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 상징으로 등장한다. 어떤 장면에서는 삶의 기쁨과 축제의 요소로 나타나며, 또 어떤 경우에는 절제와 경계를 요구하는 대상으로 기록된다. 저자는 이러한 차이를 통해 성경 자체가 술을 단일한 의미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은 또한 종교개혁 시대의 역사적 장면을 통해 신앙과 일상의 관계를 조명한다. 루터가 보름스 회의를 앞두고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맥주를 마시며 “나는 하나님의 말씀만 믿는다”고 선언했던 장면은 신앙이 반드시 금욕적 형식으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후반부에 실린 ‘성지소고’에서는 저자가 요르단과 이스라엘, 유럽과 터키 등 여러 성지를 직접 여행하며 경험한 신앙의 풍경을 소개한다. 특히 유럽 개신교 문화에서 술이 교제와 대화의 매개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모습은 한국 교회의 문화와 비교되며, 신앙과 일상이 반드시 분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한국 교회에서 술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도 언급한다. 초기 한국 교회에 복음을 전한 미국 선교사들이 당시 사회에서 술로 인해 발생하던 가정 파괴와 사회 문제를 고려해 금주를 강조했을 가능성을 설명하며, 이러한 전통이 신앙의 규범으로 굳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술에 대한 특정한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들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신앙의 기준이 성경 자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역사적 해석과 문화적 전통 속에서 형성된 것인지 스스로 질문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