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란코프 라트비아 강제추방 파문… 북한 전문가 강연 직전 체포·영구 추방

리가 강연 30분 앞두고 연행돼 에스토니아 국경 이송… "기피 인물 지정 이유 설명 없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전쟁기념사업회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가 라트비아에서 강연을 준비하던 중 현지 당국에 의해 체포돼 강제추방되는 일이 발생했다. 유럽 순회 강연의 첫 일정이 예정돼 있던 자리에서 벌어진 이번 안드레이 란코프 라트비아 강제추방 사건은 발트 3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된 국제 정세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전문 매체와 러시아, 유럽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24일 오후 7시께 라트비아 수도 리가의 한 호텔에서 ‘북한 권력층이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을 주제로 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해당 강연은 북한 정치 체제와 엘리트 권력 구조를 분석하는 유럽 순회 일정의 첫 행사였으며, 티켓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강연 시작을 약 30분 앞둔 시점, 제복을 입은 경찰과 이민 당국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해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를 연행했다. 그는 곧바로 이민국으로 이송돼 구금됐으며, 이후 에스토니아 접경지로 호송됐다. 라트비아 외교 당국은 그를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 명단에 포함하고 영구 추방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 직전 체포…"기피 인물 지정 이유 설명 없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사건 직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행사 시작 약 30분 전 경찰과 이민 당국이 찾아와 라트비아 외무부가 나를 기피 인물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제 변호사에게 제시된 문서에는 라트비아에서 영구 추방된 이유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담겨 있지 않았다"며 "나는 30년 만에 라트비아를 방문해 단 4시간 머물렀을 뿐이었다"고 적었다.

그의 변호사 역시 현지 언론에 "라트비아 당국이 지난 20일 란코프 교수를 기피 인물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입국 당시에는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고 밝혔다. 체포 경위와 관련해 "공인에 대한 보여주기식 억류"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도됐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라트비아 입국을 앞두고 어떤 경고도 받지 못했다"며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상황에서 내가 북한 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된 것이 아닌지 추측된다"고 말했다.

◈발트 3국과 러시아 긴장 속 북한 전문가 강제추방 배경 주목

라트비아를 비롯해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대외 정책에서 친서방 노선을 유지해 왔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관계는 더욱 경색된 상태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에 대한 강제추방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최근 북한 정세와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 덕분에 북한 정권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해졌다"며 "세계는 비핵화라는 구시대적 몽상을 버려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자신의 글과 강연에서 북한을 일방적으로 풍자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함께 서술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당국은 내가 현실을 정치적으로 편리한 방식으로 묘사하지 않는 점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하다"며 "북한에 대해 긍정적일 때도, 부정적일 때도 히스테리적으로 서술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로 여겨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계 학자나 북한에 대해 현실론적 시각을 제시하는 인물들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라트비아 정부는 이번 안드레이 란코프 라트비아 강제추방 조치의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 공식적인 상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누구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북한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학자다. 1963년 소련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9월부터 약 10개월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유학했다. 이후 북한 정치와 사회, 권력 엘리트 구조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는 2004년부터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북한학을 강의해 왔다. 2013년에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해 대북 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호주 국적을 보유한 그는 다양한 국제 학술 무대에서 북한 권력 구조와 체제 안정성에 대해 분석해 온 북한 전문가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안드레이 란코프 라트비아 강제추방 사건은 북한 전문가가 강연 직전 체포돼 영구 추방됐다는 점에서 학계와 외교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강연을 불과 30분 앞두고 이뤄진 체포와 신속한 국경 이송, 그리고 추방 사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 부재는 향후 외교적·학술적 논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트비아 당국의 추가 입장 발표 여부와 함께, 유럽 내 북한 관련 학술 활동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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