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가능한 기독교를 위한 문화 리터러시 수업

[신간] 기독교×대중문화 3.0
도서 「기독교×대중문화 3.0」

기독교와 대중문화는 늘 불편한 동거 관계였다. 한때는 대중문화를 ‘영적 전쟁’의 대상처럼 경계했고, 또 한때는 형식만 차용해 기독교적 메시지를 덧씌우는 도구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결국 “이거 봐도 되나?”, “이거 들어도 되나?”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오며, 신앙과 문화 사이의 긴장을 해결하지 못했다. 신간 <기독교×대중문화 3.0>은 이러한 오래된 질문과 낡은 대답을 넘어,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정하려는 시도다.

이 책은 기독교와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가 살아 숨 쉬는 현실 자체가 곧 문화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문화를 심판하거나 이용하기보다, 먼저 바라보고 듣자고 제안한다. ‘기독교적 기준’이라는 안경을 쓰고 문화를 재단하기보다, 그 안경을 잠시 벗고 문화가 비추는 거울을 마주할 때,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욕망과 결핍, 그리고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책은 좀비물과 오컬트물, 오디션 프로그램, 게임, SNS, 메타버스 등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공정 담론, 능력주의, 부캐와 갓생, 뉴트로와 한류 같은 현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각자도생의 사회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임을 읽어 낸다. 좀비물 앞에서 “왜 이런 걸 보느냐”고 묻기보다 “세상이 얼마나 잔혹하기에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시선 전환은, 문화 읽기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문제 제기다.

<기독교×대중문화 3.0>이 강조하는 핵심은 ‘문화 리터러시’다. 대중문화는 현실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소비자의 욕망이 뒤섞여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문화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저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기독교가 비로소 대중문화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방적으로 신앙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해석을 주고받는 대화의 장으로 나아갈 때 기독교는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대화 상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책은 기독교가 스스로 물어야 할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과연 우리는 사회 속에서 대화 가능한 존재인가?” 교회 안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로는 더 이상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이 책은 기독교가 공적 영역에서 다시 말할 수 있는 언어를 회복하도록 돕는 안내서가 되려 한다. 문화는 기독교를 비추는 거울이자, 동시에 복음이 말을 걸 수 있는 접점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OTT와 유튜브를 즐기면서도 신앙적 통찰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 대중문화와 성도 사이의 접점을 고민하는 목회자, 자녀가 즐기는 미디어와 게임을 이해하고 싶은 부모, 그리고 늘 ‘봐도 되나, 해도 되나’를 고민해 온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은 현실적인 길잡이가 된다. <기독교×대중문화 3.0>은 대중문화를 경계하거나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 함께 해석하고 대화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선 한국교회를 향한 의미 있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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