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신앙의 역설과 교회의 미래”

김선일 교수, 복음과도시 칼럼 통해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성숙한 신앙의 역할 성찰
김선일 교수. ©기독일보DB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3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좋은 신앙이 교회를 약하게 만들 때’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김 교수는 “교회에는 신앙 좋은 성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신앙이 좋은 사람은 누구인가? ‘좋은 신앙’이란 듣는 이에 따라 매우 주관적이고 직관적으로 정의될 것”이라며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는 있지만, 모든 교회는 성도를 좋은 신앙인으로 양성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갖고 있다. 성도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 안에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나, 문제는 이 ‘좋은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있다”고 했다.

이어 “좋은 신앙의 양성을 목적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대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통념적인 이미지는 존재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의 교회와 신앙에 대한 의견을 묻고 응답 패턴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성도의 신앙 단계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좋은 신앙’에도 딜레마가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인식되는 ‘좋은 신앙’이 과연 한국 교회의 건강한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교회 진단 리포트에 따르면 신앙이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이 목회자와 성도 간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며 “먼저 성도 1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일상을 잘 사는 사람’ 즉 ‘일상에서 예배의 삶을 사는 사람’이 48퍼센트로 가장 높게 나왔다. ‘주일 예배 포함 주중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람’은 11.1퍼센트의 큰 격차로 뒤를 이은 2위였다. 반면, 목회자 506명에게 물어본 결과, ‘주일 예배 포함 주중 예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람’이 30.8퍼센트로 1위이며, ‘성품이 좋은 사람’은 27.9퍼센트로 근소하게 2위였다”고 했다.

이어 “답변 항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성도는 좋은 신앙을 일상 중심으로 평가하는 반면, 목회자는 교회와 예배 출석을 일차적인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부흥하는 교회와 쇠퇴하는 교회를 비교한 광범위한 조사에 따르면, 교회 성장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요인 중 하나가 ‘변화 수용성’이다”라며 “쇠퇴하는 교회가 전통과 관습에 연연하는 반면, 부흥하는 교회는 성도들이 새로운 사역과 제도에 열린 태도를 보일 때 생명력을 얻는다”고 했다.

그러나 “부흥하는 교회 성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흥미로운 역설이 발견된다. 신앙 단계가 높을수록 변화보다는 전통을 중시하는 비율이 정비례하여 증가한다는 점”이라며 “오히려 전통보다 변화를 더 강력히 원하는 층은 신앙 단계가 낮은 성도들이었다. 이는 교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들이 개혁의 저항 세력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부흥하는 교회 쇠퇴하는 교회, 규장, 2025, 150)”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변화만이 정답이고 전통은 오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전통에 새겨진 신앙의 유산은 영적 중심을 잡는 데 필수”라며 “그러나 익숙해진 관습과 문화가 다음 세대와 이웃에게 다가가는 길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헌신적인 교인들은 교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모범이다. 하지만 소위 ‘교회 인사이더’의 열심과 확신 속에 불필요한 편견이 똬리를 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며 “좋은 신앙이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거룩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성찰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첫째,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순례하는 신앙’이다”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유대교 전통에서 출발해 그리스 문명과 서구 역사를 거치며 세계 기독교로 확장되었다. 교회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 신앙을 새롭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해 왔다. 따라서 한 문화권에서 당연했던 예배와 기도의 형식이 다른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둘째,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는 세류에 영합하라는 뜻이 아니다. 성경의 권위 아래서 교회의 모습이 본질에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성숙한 신앙인일수록 복음의 순수성을 위해 익숙한 것과 결별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아울러 “셋째, 교회는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병원인 동시에, 회복된 성도를 세상으로 파송하는 기지”라며 “신앙 연조가 깊을수록 교회 안에만 머물려는 관성이 생긴다. 성도의 교제는 귀하지만, 교제의 목적은 교회에 머물게 하는 데 있지 않다. 신앙의 진정성은 결국 일터와 가정, 이웃 안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하박국 2:14)이 예배당을 넘어 세상에 가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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