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한 병원 재개관 행사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며 종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행사 직후 영상으로 확산되며 개신교와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 공동체 전반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페트로 대통령은 연설에서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밝히며, ‘그리스도’라는 명칭이 헬라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예수를 권력과 왕권의 상징으로 변형시킨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수가 결코 그러한 권력의 상징이 아니었다고 강조하며, 예수를 ‘빛과 진리의 사람, 혁명가’로 묘사했다.
이어 대통령은 예수의 사적 삶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예수가 사랑을 나누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막달라 마리아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해당 발언은 현장에서 녹화돼 공개되면서 종교적 신념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불러왔다.
기독교 단체들, “성경적 근거 없는 발언”이라며 공식 반박
콜롬비아 복음주의연합체인 CEDECOL을 비롯한 기독교 단체들은 대통령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입장문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CEDECOL은 수천 개 교회와 수백만 신자를 대표하는 단체로, 이번 발언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CEDECOL은 성명을 통해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거룩하고 도덕적으로 흠 없는 존재로, 하나님의 뜻에 완전히 순종한 메시아로 증언한다고 밝혔다. 또한 막달라 마리아는 은혜로 변화된 제자로 묘사될 뿐, 성적 추측의 대상으로 다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CEDECOL은 대통령의 발언이 역사적·신학적 진리를 왜곡함으로써 기독교 신앙의 중심 인물을 공격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콜롬비아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상호 존중의 원칙을 언급하며, 국가 지도자가 신성한 종교적 인물을 정치적 서사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언론·신학계서도 비판 확산… ‘그리스도’ 용어 해석 문제 제기
기독교 언론과 신학계에서도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디아리오 크리스티아노 인터나시오날에 기고한 후안 세바스티안 코르테스는 페트로 대통령의 발언이 신약성서 역사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르테스는 ‘그리스도(Christos)’라는 표현이 예수를 왜곡하기 위한 헬라적 조작이 아니라, 히브리어 ‘메시아(Mashiach)’의 직역이며, 예수 이전 수세기부터 사용돼 온 용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케리그마를 해체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러한 시도가 개인적 해석에 기초한 해방신학적 관점에서 복음을 세속적 정치 이념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번 발언이 학문적 토론의 영역을 넘어, 신앙의 초월성을 정치적 언어로 축소시켰다고 평가했다.
종교 자유와 표현의 경계 놓고 사회적 논쟁 확대
CDI는 이번 논란은 다원적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 존중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 기독교계는 표현의 자유가 다수 시민의 신앙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트로 정부가 사회 개혁과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복음주의와 가톨릭 공동체와의 긴장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종교 지도자들은 국가 지도자가 역사적 사실과 신앙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사회 통합을 해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