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결혼,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사회 전면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는 오늘날, 우리는 흔히 이를 정치적·이념적 갈등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스티븐 D. 스미스의 신간 <기독교와 현대의 문화전쟁>은 이 싸움이 단순한 정책 논쟁이나 세대 갈등이 아니라, 2천 년에 걸쳐 이어져 온 문명사적 투쟁의 최신 국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의 문화전쟁은 고대 로마에서 시작된 “초월적 기독교”와 “내재적 이교” 사이의 긴 대립이 현대 사회라는 무대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는 장면이다.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현대 세속주의는 종교가 사라진 ‘중립적 공간’이 아니라, 초월을 거부하고 이 세계 안에서 궁극적 가치를 찾으려는 또 다른 형태의 종교, 곧 “현대적 이교주의”라는 것이다. 저자는 성, 성별, 결혼, 종교 자유를 둘러싼 논쟁들이 왜 타협 불가능한 충돌로 치닫는지를 이 관점에서 풀어낸다. 갈등의 뿌리는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궁극적 지향의 충돌에 있다는 것이다.
신학생과 목회자들에게 이 책은 공적 광장에서 복음을 말하기 위한 중요한 신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스미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두 도성’ 개념과 T. S. 엘리엇의 문화 비평을 소환해, 오늘의 문명이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음을 드러낸다. 현대 문화와 법, 제도 이면에 작동하는 종교적 동인을 인식할 때, 교회는 비로소 방어적 침묵이나 감정적 대응을 넘어 초월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일반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우리는 여전히 이 세상에서 나그네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이 도시를 영구한 집으로 받아들였는가?”라고 묻는다. 자아를 신성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고립과 불안을 짚으며, 인간 실존의 해답은 자아의 무한한 확장이 아니라 초월의 회복에 있음을 강조한다. 문화 속에서 신앙의 방향을 고민하는 성도들에게 이 책은 깊이 있는 영적 분별력을 제공하는 인문학적 안내서다.
미국 헌법학자인 저자는 헌법과 종교법이 어떻게 초월적 종교성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고, 특정한 내재적 세계관을 ‘중립’의 이름으로 정당화해 왔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차별금지법과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실체적 적법 절차’와 같은 법 해석이 특정 가치관을 강제하는 장치로 기능해 온 과정은, 법이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을 성별하는 상징 권력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독교와 현대의 문화전쟁>은 역사, 철학, 신학, 법학을 넘나들며 오늘의 갈등을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왜 이 싸움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그리스도인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세속주의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의 종교적 성격을 직면하게 되고, 신앙인과 법조인은 이 시대의 진짜 쟁점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게 될 것이다. 혼란스러운 문화전쟁의 시대, 깊이 있는 사유를 요구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강력한 문제 제기이자 사유의 길잡이가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