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중심이자, 복음 전체를 떠받치는 사건이다. 사랑과 희생이 필연적 죽음을 압도한 이 결정적 순간을 어떻게 오늘의 언어로 사유할 수 있을까.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사상가이자 ‘회의론자들의 사도’로 불린 C. S. 루이스와 함께 그 질문을 다시 붙드는 사순절 묵상집 <부활의 자리로>가 출간됐다.
이 책은 루이스의 방대한 저작 가운데서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부활, 창조와 타락, 죄의식과 고통, 천국과 지옥에 관한 글을 엄선해 엮은 묵상집이다. 특히 사순절과 부활절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에 맞춰, 십자가를 통해 이루신 그리스도의 ‘장엄한 기적’을 깊이 성찰하도록 돕는다. 예수님이 인간의 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오셨다가 다시 영광으로 올라가신 그 길은, 단순한 교리 설명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신자의 삶 전체를 재구성하는 이야기로 제시된다.
루이스의 사유가 지닌 힘은 신학적 엄밀함과 일상의 언어가 함께 움직인다는 데 있다. 그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감상적인 신앙 고백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존재의 결핍과 두려움, 회피와 저항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하나님께 가까이 갈수록 인간은 오히려 가장 ‘하나님답지 않은’ 존재, 곧 결핍과 겸손 속에 선 존재가 된다는 역설적 통찰은, 십자가 신앙의 핵심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루이스에게서 부활은 죽음을 부정하거나 우회하는 사건이 아니라, 죽음을 온전히 통과함으로써만 도달할 수 있는 생명의 방식이다.
<부활의 자리로>는 또한 변증가로서의 루이스만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의 비전을 제시하는 전도자로서의 루이스를 함께 보여 준다. 예수님이 “비용을 계산하라”고 경고하신 말씀을 해설하는 대목에서는, 신앙이 심리적 위안이나 자기계발의 도구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리스도는 신자를 ‘적당히 괜찮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만족하지 않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내 온전한 존재로 빚어 가신다는 선언은, 위로이면서 동시에 두려운 부르심으로 다가온다.
책 곳곳에는 루이스 자신의 회심 경험과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도 담겨 있다. 하나님을 끝까지 피하려 했던 한 인간이 결국 무릎을 꿇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런 회심자조차 기꺼이 받아들이시는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고백은, 신앙의 시작이 언제나 인간의 결단보다 하나님의 집요한 은총에 있음을 보여 준다. 십자가에서 철저히 버림받으신 그리스도를 묵상하는 대목에서는, 하나님 자신이 인간의 고독과 소외를 끝까지 끌어안으셨다는 복음의 급진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부활의 자리로>는 지적 만족과 영적 깊이, 정서적 울림을 동시에 제공하는 묵상집이다. 사순절을 형식적으로 지나보내는 데서 벗어나,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다시 삶의 중심으로 불러오고자 하는 독자에게 특히 적합하다. 이 책은 독자를 단순히 ‘이해하는 자리’에 머물게 하지 않고, 죽음을 통과해 생명으로 나아가는 그 자리, 곧 부활의 자리로 초대한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구원과 진리, 그리고 기쁨의 세계로 더 높이,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