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지난달 28일 후보자로 지명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지명 철회 배경과 향후 인선 방향을 설명하며, 이번 결정이 특정 진영이나 단일 사안에 따른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의 결과였다고 밝혔다.
◈지명 한 달 만에 철회… 대통령의 최종 결단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와 관련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과 그 이후 제기된 국민적 평가를 면밀히 살펴봤다”며 “숙고와 고심 끝에 지명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지명 철회를 최종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었으나, 채택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미루는 것이 국정 운영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결정을 지연할 경우 며칠간 이 사안에 국정이 묶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후보자 측에는 브리핑 직전 관련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대통령실 판단
홍 수석은 지명 철회 사유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보수정당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경력이 있지만, 국민주권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의 눈높이와 도덕적 기준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합은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변화 속에서 비로소 대통합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합 인사를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대통령의 고민과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낙마로 대통합 기조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후보자가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아 취임에 이르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특정 진영에 한정된 인사가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폭넓게 기용하겠다는 대통령의 통합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자진 사퇴 아닌 ‘지명 철회’ 선택한 이유
이번 결정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아닌 지명 철회 형식으로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홍 수석은 “대통령이 직접 보수 진영 인사를 발탁했던 만큼, 임명에 이르지 못할 경우 지명 철회까지 책임지는 것이 인사권자로서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결격 사유를 묻는 질문에는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 제기와 이에 대한 후보자의 소명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특정 사안 한 가지로 지명 철회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향후 인선 방향과 검증 논란
향후 인선 방향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통합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기획예산처 장관직을 특정 진영 몫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홍 수석은 “사회 통합은 고려 요소 중 하나일 뿐, 해당 자리를 통합 인사 전용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부실 검증 논란에 대해서는 제도적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대 진영에 있던 인사이다 보니 세평을 파악하는 데 제한이 있었고,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내용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됐다”며 “검증 과정에서 후보자가 의혹을 부인할 경우 이를 추가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후임자 인선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오늘 오전 지명 철회가 결정돼 아직 후임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 차례 낙마가 있었던 자리인 만큼 도덕성과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잇따른 논란 끝 지명 철회로 마무리
이혜훈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과거 인턴에 대한 폭언 의혹과 성소수자 차별 발언 논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며 “이렇게 강한 반발에 부딪힐 줄은 몰랐다. 앞으로의 인사에도 참고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해 지명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