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발의됐다. 차별금지법을 형법으로 도입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에 따르면 최혁진 의원(무소속)이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13일 발의됐다. 공동발의에는 양부남·김준혁·송재봉·김우영(더불어민주당)·정혜경(진보당)·손솔(진보당)·김재원(조국혁신당)·윤종오(무소속)·정춘생(조국혁신당) 의원 등 총 10명이 참여했다.
개정안은 형법에 제311조의2(차별조장·선동)를 신설해, 국가·인종·성별·장애·종교·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이나 단체에 대해 공연히 모욕하거나 혐오감·증오심을 표출해 차별을 조장·선동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습범의 경우 형을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발의자들은 제안 이유에서 “현행법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집단 혐오 표현을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성별·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집단 대상 혐오 표현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개정 필요성으로 들었다. 또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에 증오 표현 규제를 권고한 점도 입법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 헌법과 형법의 기본 원칙을 동시에 위반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법률 전문가 A씨는 “형벌법규는 국민이 무엇이 범죄인지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법안은 ‘혐오감’, ‘증오심’, ‘차별 조장·선동’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처벌 요건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자체만으로도 명확성 원칙 위반 소지가 큰데, 여기에 ‘등’이라는 표현까지 포함돼 문제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차별 사유로 국가,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사회적 신분 등을 열거한 뒤 ‘등’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법률 전문가는 “형벌 규정에서 ‘등’은 명시되지 않은 사유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어떤 사유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입법자가 아니라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성적 지향과 같은 개념이 해석을 통해 포함될 경우, 과거 포괄적 차별금지법 논의에서 제기됐던 표현의 자유 위축과 종교·사상의 자유 침해와 같은 부작용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입법자가 형벌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않고, 사실상 판단 권한을 사후적으로 국가 권력에 위임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반복해서 문제 삼아온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 반대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우려도 바로 이 지점이다. A씨는 “과거 차별금지법 논의에서도 ‘성별 정체성’, ‘사상’, ‘표현 방식’ 등이 ‘등’이라는 표현을 통해 무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었다”며 “이번 형법 개정안은 그 구조를 그대로 형벌 규정에 옮겨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종교적 교리나 윤리적 판단에 근거한 설교가 동성애 집단에 대한 혐오로 해석될 경우 형사 처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어떤 집단이 ‘등’에 포함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는 구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형벌을 통해 사상과 표현의 영역을 규율하려는 방식이 과연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차별금지법이 반복적으로 좌초된 이유가 바로 이러한 법리적 결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