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성탄절을 앞둔 파키스탄에서 법원과 거리 곳곳에서 기독교 공동체를 위한 성탄절 행사가 이어졌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사회적·제도적 도전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이번 성탄 시즌은 소수 종교인 기독교인들을 향한 연대와 헌법적 약속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슬라마바드와 라호르의 고등법원에서는 법원 구성원과 기독교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성탄절 케이크 커팅 행사가 열렸다. 동시에 펀자브 주에서는 정부가 공식 후원한 첫 성탄절 거리 집회가 개최되며, 종교 간 화합과 평등의 메시지가 공공 영역에서도 강조됐다.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IHC)에서는 지난 17일, 법관과 변호사, 기독교 직원, 교회 지도자들이 함께 성탄절을 기념했다. 사르다르 모하마드 사르프라즈 도가르 대법원장은 법원 청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파키스탄 전역의 기독교인들에게 성탄 인사를 전했다. 그는 “성탄절이 사랑과 연민, 평화를 상징하는 날이라고 언급하며, 다양한 종교와 문화로 구성된 파키스탄 사회에서 관용과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일은 특정 기관이 아닌 국가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도가르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어 지속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이 법 앞의 평등, 종교의 자유, 생명과 존엄의 보호를 명확히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선언적 가치가 아니라 반드시 이행돼야 할 헌법적 의무”라며 “모든 시민이 보호받고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정의로운 사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법부와 공공 영역 전반에서 소수자들이 기여해 온 역할을 언급하며, 파키스탄 최초의 기독교인 대법원장이었던 알빈 로버트 코넬리우스를 언급했다. 도가르 대법원장은 코넬리우스 전 대법원장을 헌법주의와 용기의 상징으로 평가하며, 그의 유산은 특정 공동체를 넘어 국가 전체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 변호사협회도 별도의 성탄절 행사를 열고 바티칸 대사인 게르마노 페네모테 대주교를 초청했다. 변호사협회는 대사에게 기념패를 전달했고, 대사는 협회의 환대에 감사를 표하며 새로 지어진 고등법원 변호사협회 건물을 둘러봤다. 이 만남은 법조계와 기독교 공동체 간의 우호적 교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됐다.
라호르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이어졌다. 지난 14일, 라호르 고등법원(LHC)에서는 성탄절 케이크 커팅 행사가 열렸으며, 알리아 닐룸 대법원장은 라호르 교구의 나딤 캄란 주교와 기독교 직원, 변호사들과 함께 자리를 했다. 닐룸 대법원장은 법원이 모든 종교의 절기를 존중해 온 전통을 강조하며, 헌법은 종교와 무관하게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종교 간 화합과 신앙의 자유를 수호할 책무를 지니고 있으며, 법원 내에서 성탄절을 기념하는 행위 자체가 관용과 연대, 국가 건국 이념을 실천하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파키스탄 기독교 변호사협회 소속 인사들도 참석했으며, 캄란 주교는 국가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도를 전하고 닐룸 대법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법원 밖에서는 보다 대규모의 성탄절 행사가 열렸다. 같은 날 펀자브 주 정부가 공식 후원한 첫 성탄절 거리 집회가 라호르에서 진행됐다.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과 소수자 문제 담당 장관 사르다르 라메쉬 싱 아로라가 이끈 이 행진은 성심대성당에서 도심 회전교차로까지 약 7킬로미터 구간을 이동했다. 찬송가와 구호가 울려 퍼졌고, 성탄 장식으로 꾸며진 버스와 트럭이 행렬에 함께했다.
펀자브 주 정부는 이번 행사를 ‘성탄절 종교 간 화합 집회’로 명명하며, 파키스탄의 종교 자유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아로라 장관은 연설에서 2025년 소수자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300% 증액됐다고 밝히고, 스포츠 행사와 자전거 행사, 교회와 교육기관에서의 성탄절 프로그램 등 일주일간의 성탄 캠페인을 소개했다.
마리윰 아우랑제브 고위 장관은 펀자브 주에서 발급된 소수자 카드 수가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제도를 통해 저소득 기독교 가정들이 장학금과 의료 지원, 긴급 구호를 받을 수 있게 됐으며, 분기별 현금 지원을 제공하는 복지 제도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펀자브 주 인권·소수자 담당 장관이자 현직 국회의원인 에자즈 알람 어거스틴 의원은 정부의 이번 행사가 소외된 기독교 공동체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허위 신성모독 혐의와 사회적 차별에 취약한 청년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어거스틴 의원은 “정부가 기독교인을 비롯한 모든 소수 집단이 보호받고, 동등한 기회를 통해 국가의 주류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