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러시아 법원이 교회 웹사이트에 게시된 글을 문제 삼아 한 정교회 성직자에게 ‘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불경’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크라스노다르 지역 슬라뱐스크 시 법원은 지난 18일, 성직자 이오나 시기다에게 벌금 3만 루블을 부과했다. 판결에 앞서 그는 구금 과정에서 폭행과 전기충격, 강제 삭발과 면도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포럼18(Forum 18)에 따르면, 시기다는 슬라뱐스크온쿠반에 위치한 성보호·티혼 교회의 부목사로, 사회와 국가, 국가 상징에 대한 불경을 드러내는 정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27일 교회 부지에서 국가보위대 또는 수사위원회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으며, 이후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다. 가택연금은 11월 28일부터 시작돼 오는 1월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시기다는 조사 과정에서 머리카락과 수염을 강제로 깎이고, 구타와 전기충격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석방 후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렸으며, 해당 조치는 교회 웹사이트에 러시아 사회와 국가 기념일 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별도로 그는 러시아 형법 제354.1조 4항에 따른 형사 혐의도 받고 있다. 이는 ‘군사적 영광의 날과 조국 방어와 관련된 기념일에 대해 사회를 모독하는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했다’는 내용이다. 수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0일 동일 조항을 근거로 두 건의 형사 사건을 개시했다. 문제로 지목된 글들은 러시아의 전승절(5월 9일)과 소련 시절 기념일을 비판적으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슬라뱐스크 시 법원은 지난 8일 시기다를 상대로 행정 사건 네 건을 추가로 접수했다. 이 사건들은 서로 다른 판사들에게 배당됐으며, 군대 비방, 경범죄적 소란 행위, 인터넷상 부적절한 정보 유포, 국가와 헌법, 국가 권력 기관에 대한 노골적 불경 등의 혐의를 포함했다. 다만 포럼18은 어떤 자료가 각각의 혐의 근거가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포럼18은 러시아 외부에 거주하는 한 교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연말을 앞두고 수사 기관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사건을 늘리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전했다. 실제로 수사 당국은 교회 신도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전자기기를 압수했으나, 해당 신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소를 진행하지 않았다. 교회 웹사이트의 콘텐츠는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삭제된 상태다.
시기다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 교류하지 않는 독립 정교회 소속의 수도사로, 빅토르 피보바로프 대주교가 이 교회를 이끌고 있다. 피보바로프 대주교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탄적 행위’라고 표현한 바 있으며, 과거 여러 차례 행정·형사 처벌을 받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23년 10월 3일 새벽에도 무장 병력이 교회를 급습해 전자기기와 문서를 압수하는 일을 겪었다. 당시 시기다는 무장 요원들이 기관총을 들고 성전에 난입해 그를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제압했다고 언론에 증언했다. 그는 경찰서에서도 폭행과 강압적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 불복종 혐의로 이틀간 구금됐다고 밝혔다.
피보바로프 대주교는 2024년 4월 러시아 군을 반복적으로 비방했다는 이유로 벌금 15만 루블을 선고받았다. 그는 설교에서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비판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과거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이웃 국가에 군사력을 투입하고 민간인을 고문한다면, 이는 침략 전쟁이며 신과 인간 모두에게 저주받을 행위라고 주장했다.
포럼18은 지난해 12월 15일 크라스노다르 지역 수사위원회와 내무부, 슬라뱐스크 경찰에 행정·형사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질의를 보냈으나 19일까지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기다는 23일과 오는 1월 14일 추가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