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안보실장 방미, 트럼프 행정부와 고위급 협의… 핵잠 건조·대북 대화 논의 본격화

한미 팩트시트 후속 이행 가속과 북미 대화 환경 조성 모색, 워싱턴서 연쇄 고위급 접촉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으로 입국해 특파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고위급 대화를 통해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문제와 대북 대화 분위기 조성에 속도를 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위 실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해 특파원들과 만나 이번 방미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조인트 팩트시트의 후속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고위급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또 북한과 관련해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어떻게 조율하며 갈 길을 찾을지 논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고, 현재 이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핵잠과 같이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의 경우 실무 협의만으로는 논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고위급 협의를 통해 정치적 동력을 실어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위 실장은 “실무선에서도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적 비중을 더하기 위해서는 고위급 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미국 역시 대통령실이나 백악관 차원의 관여가 이뤄져야 논의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대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핵잠 건조 협의 본격화… 협의체 구성 가능성도 검토

특히 한국의 핵잠 건조와 관련한 협의가 이번 방미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한미 간 실무협의체 설치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 실장은 “우리 쪽은 대비를 하고 있다”며 “어떻게 교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미국 측의 입장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슈별 협의체 구성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협의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핵잠 건조와 관련한 선례로 호주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호주는 핵잠 건조를 위해 미국 원자력법과 관련한 예외를 부여받았고, 이를 위해 양자 간 별도의 합의가 필요했다”며 “우리에게도 유사한 절차가 요구될 수 있어 그 가능성을 협의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미 기간 위 실장은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나 핵잠 문제와 북미 대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 고위급 인사들과도 연쇄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다.

◈미북 대화 가능성 언급… 긴장 완화·신뢰 구축 강조

대북 및 북미 대화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위 실장은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북 대화보다는 미북 대화의 가능성이 조금 더 열려 있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 접촉에 대한 기대를 계속 갖고 있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논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접근은 남북 간 차원에서 추진할 수도 있고 국제적 맥락에서 검토할 수도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넓게 의견을 교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시점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시점을 국한해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통해 대화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방향에서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미 관계 평가와 정부 내 조율 과제 언급

위 실장은 현재의 한미 관계가 팩트시트 이행과 북한 문제 논의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모범 동맹 범주에 속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며 “이러한 여건을 바탕으로 당면한 현안들을 상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유럽이나 다른 지역과는 마찰과 이견을 겪고 있는 반면, 한미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일본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며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북한과의 관계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대화하고 조율하기에 여건은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대북정책 주도권을 둘러싸고 외교부와 통일부 간 이견이 불거진 상황과 관련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위 실장은 “외부에서 그렇게 비치는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부처 간 조율을 통해 원 보이스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 역시 한미 협의와 관련해 NSC 논의가 있었고 정리가 된 사안이었는데, 그 내용이 그대로 이행됐다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부처 간 조율이 지속적으로 원활히 이뤄지도록 더욱 힘을 기울이고, 조율된 사항이 실제 정책으로 충실히 이행되도록 노력의 강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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