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 특사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안을 제안하며 조속한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관련 논의 내용을 보고받은 복수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안보를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수일 내’ 결정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특사단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측 제안에 빠르게 결단할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전까지 합의 도달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입장이 크게 반영됐다는 논란이 제기됐던 기존 28개 조항 합의안은 최근 우크라이나 의견이 반영돼 20개 조항으로 조정된 상태다. 다만 FT는 미국의 안보 보장 방식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일 약 두 시간 동안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의 통화를 진행했다. 유럽 외교 소식통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통화에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키이우 측 제안 일정을 이해하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전 합의를 희망하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기한을 제시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행동을 시작해야 하고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한다. 그는 패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F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즉각적인 답변 대신 유럽 동맹국과의 협의를 이유로 시간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응할 경우 서방 연대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전 주요 동맹국과 의견을 조율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 주요 3개국(E3) 정상들과 회동해 평화안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어 다음 날인 9일 “우크라이나 측 협상 요소는 이미 정리됐으며 미국에 제시할 준비가 됐다”며 “미국과 공동으로 가능한 조치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종 합의 가능성은 러시아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 규모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유혈 사태를 멈추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