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 특검 조사 과정 인권침해 의혹 확산

국가인권위, 강압 조사 정황 확인… 수사관 고발 및 징계 촉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양평군청 공무원 A씨가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특검 조사 과정 전반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인권위는 장시간 조사, 반복된 일정 변경, 강압적 진술 요구 등 수사 절차 전반에서 피조사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특검 파견 수사관 1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같은 팀 소속 수사관 3명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2016년 양평군청 지가관리팀장으로 근무하며 김건희 여사 가족 기업이 추진한 공흥지구 개발 사업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으로, 지난해 10월 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약 15시간에 걸친 야간 조사를 마친 뒤 귀가했고, 조사 과정에서 강압과 회유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8일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기억에 없는 내용을 진술했다" "무시하는 말투와 압박에 지쳤다"는 표현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침해 정황

인권위가 의결한 82쪽 분량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특검 조사과정에는 여러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 실제 조사 시간은 8시간 48분, 전체 체류 시간은 14시간 37분에 달했으며, 출석 요구 일정도 4차례나 급박하게 변경돼 수사준칙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사실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은 출석 요구서 역시 절차상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권위는 A씨가 남긴 21장 분량의 일기 형식 유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유서 속 표현과 조사 날짜가 일치하며 진술 압박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서 일부는 작성 직후 형에게 전달된 사실도 확인돼 그 신빙성이 인정됐다. 인권위는 "A씨가 조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체감했다는 내용이 여러 정황 증거와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고발 대상으로 지목된 수사관의 이름이 유서에 직접 적혀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이에 대해 해당 수사관은 인권위 출석 과정에서 "강요나 회유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다양한 기록과 진술을 종합한 끝에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부검·유서 처리 과정도 절차 위반 지적

인권위는 A씨 사망 사건을 담당한 양평경찰서의 부검 및 유서 처리 과정에도 중대한 절차 위반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이 부검에 동의했다고 진술했으나, 인권위는 "객관적으로 명확한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유족이 여러 차례 반대를 의사로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변사사건 처리규칙에서 삭제된 지 3년이 넘은 ‘사회적 이목 집중 사건’이라는 규정을 부검 사유로 든 점도 문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서 원본·사본을 유족에게 즉시 제공하지 않은 채, 오히려 대량 필사를 요구한 조치 역시 유족의 사생활과 정서적 회복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됐다. 인권위는 "유족이 고인의 기록을 통제할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의 권고와 향후 조치

인권위는 양평경찰서장에게 변사사건 처리, 부검 절차, 유서 처리 방식 등에 대한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또한 국회의장에게는 향후 특검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할 때 수사 과정의 인권 보호 규정을 명확히 법률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다.

민중기 특검에게는 향후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인권 수사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피조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두텁게 보호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특검은 앞서 자체 감찰 결과 "강압적 언행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발표하며 파견 경찰관 3명만 업무에서 배제했지만, 고발이나 징계 요청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셀프 감찰을 통한 면죄부"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인권위는 권고를 받은 기관들이 9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회신해야 하며, 불수용 시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검과 경찰의 조사 절차 전반에서 인권 보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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