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가 신간 『진실에 대하여: 개소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를 통해 오늘날 사회 전반에 퍼진 진실 경시 현상을 정면으로 다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전작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그는 ‘개소리(bullshit)’를 진실 자체에 대한 무관심으로 정의하며 비판한 바 있다. 이번 후속작에서 저자는 이러한 무관심이 왜 위험한지, 그리고 인간과 사회가 왜 진실을 기반으로 해야만 하는지를 철학적 깊이와 분석을 곁들여 다시 설명했다.
프랭크퍼트는 책의 서두에서 “진실은 왜 중요한가”라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꺼낸다. 많은 사람은 때로 불편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거나, 일시적인 만족을 위해 사실을 외면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태도가 결국 자신을 더 큰 위험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거짓 믿음은 우리가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기만 속의 안도감은 잠시일 뿐 시간이 지나면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거짓말이 인간의 현실 인식 능력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도구라고 분석한다. 사람이 거짓을 믿게 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세계에 갇혀 타인과의 공통된 경험과 소통에서 멀어진다고 설명한다. 이는 거짓을 만들어낸 사람조차 속하지 않는 환상의 공간이며, 그 결과 개인은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적 기반에서 단절되고 고립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이러한 고립은 사회 전체의 현실 감각을 흐리게 하고, 공동체의 합리적 판단과 상호 이해를 약화시키는 위험을 초래한다.
프랭크퍼트는 진실이 단지 철학적 이상이나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진실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밝히며, 진실을 향한 관심과 탐구는 성실함의 차원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실에 대한 무관심은 사소한 실수나 게으름이 아니라, 곧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이번 신간에서도 프랭크퍼트는 특유의 치밀한 개념 분석과 단정한 문체를 바탕으로 진실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그는 진실이 너무도 당연한 듯 보이지만 실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갈망하는 요소이며, 진실 없이는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짧지만 밀도 있게 구성된 이 철학적 에세이는 오늘의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진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해리 프랭크퍼트는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현대 윤리학과 자유의지, 도덕적 책임 논의에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철학자다. 이번 책은 그가 오랜 연구 끝에 도달한 문제의식을 대중적 언어로 재구성한 작업으로 평가되며, 진실을 잃어버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다시 붙들어야 하는지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