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성경 어플 유버전(YouVersion)이 10억 이용자를 돌파하면서 창립자인 바비 그루엔월드가 글로벌 성장 배경과 목회 현장의 AI 활용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P는 그루엔월드가 약 20년 전 시카고 오헤어 공항의 보안 검색대를 천천히 지나던 중 문득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기술이 사람들이 성경을 더 꾸준히 읽도록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가지며 자신을 ‘평균 이하의 성경 읽기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공항에서 떠오른 생각은 한동안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그는 집으로 돌아온 뒤 첫 번째 시도를 시작했다. 초기 웹사이트는 금방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의 낮은 해상도 화면에 맞춘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을 다시 만들었다.
지난 2008년 7월, 애플 앱스토어가 문을 연 주말에 유버전(YouVersion) 성경 앱은 8만 3천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올해, 유버전은 10억 설치를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신앙 기반 디지털 도구 가운데 하나가 됐다. 광고도 없고 유료 서비스도 없는 무료 플랫폼이 꾸준한 글로벌 성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루엔월드는 “하나님께서 평균 이하의 성경 읽기 실력을 가진 저를 사용해 이런 일을 이루셨다는 것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버전의 성장과 다음 단계의 비전을 나누면서도, 동시에 목회 현장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인공지능(AI)의 활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지난 17일, 유버전은 오클라호마시티 페이콤센터에서 ‘비욘드 어 빌리언(Beyond a Billion)’이라는 대규모 예배 행사를 열었다. 로렌 데이글, 크리스 톰린, 시시 와이넌스, 필 윅햄 등 유명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랐고, 1만 3천 명이 참석했다. 스크린에서는 팀 티보와 매니 파퀴아오 등 유명 인물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성경 앱을 통해 처음 말을 배우기 시작한 자폐 아동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그루엔월드는 “유버전 자체가 강력한 것이 아니라 성경 말씀이 강력한 것이고, 우리는 그 말씀을 사람들의 손에 전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CP는 그루엔월드가 최근 목회자들과 기독교 기관들이 AI 활용을 빠르게 확대하는 흐름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특히 딥페이크 영상, 정확하지 않은 AI 기반 영적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신뢰’가 가장 위태로운 가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버전에는 2,0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이 탑재되어 있다. 그는 “전 세계에 7,000개 언어가 있는지도 몰랐고, 성경이 아직 모든 언어로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러한 현실을 알게 된 뒤 유버전은 단순한 배포 플랫폼을 넘어, 번역 프로젝트 후원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앱 사용자들의 기부가 전 세계 성경 번역을 돕는 주요 기반이 되고 있다.
그루엔월드는 “자신의 언어로 성경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에게는 마치 예수님이 자기 언어로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CP는 전 세계적으로 유버전의 성장은 특히 라틴아메리카, 케냐, 남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루엔월드는 “세계 교회는 많은 서구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으로 살아 있다”고 말했다. 유버전은 이러한 성장에 대응해 6개국에 ‘글로벌 허브’를 세웠고, 각 지역 문화와 교회의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예상 밖의 성장은 ‘Z세대’와 같은 젊은 층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루엔월드는 “17살 아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보이는 것이 믿을 만한 시대’를 경험한 적이 없다”며 “AI가 얼마든지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청년들은 오히려 확실한 진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성경과 유버전을 통해 안정과 신뢰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목회 현장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AI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지만, 교회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많은 AI 모델이 비결정적 답변을 제공하며,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전달하거나 자살·위기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앱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있는데, 교회가 만든 AI 상담 도구가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AI 모델이 성경 구절을 부정확하게 인용하거나 왜곡하는 문제도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오류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우리는 유버전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버전은 광고 없이 운영되며, 사용자 데이터 판매나 유료 서비스 없이 라이프처치의 지원과 기부로 유지되고 있다. 2006년부터 라이프처치는 자신들이 만드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왔고, 그 방향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그루엔월드는 “만약 우리가 기술회사라면 다르게 운영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자원을 맡은 청지기로서 장벽을 없애고 더 많은 이들이 성경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명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버전은 앞으로 5년 안에 20억 다운로드, 그 이후 3년 안에 30억 다운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는 이미 하나님께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이뤄내시는 것을 목격했다”며 “앞으로도 더 큰 일을 기대하는 것이 결코 순진한 믿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버전은 글로벌 확장과 현지화에 더해, ‘교회용 유버전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이 유버전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체 앱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며 이미 수백 개의 기관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