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깜짝 실적’에 글로벌 기술주 반등… AI 거품 우려도 일단 진정

나스닥·S&P500 선물 동반 상승… 순환형 투자 구조 논란 속 젠슨 황 “AI는 변혁의 시작”
일시적 조정인지, 하락장 초입인지 혼란이 이어지던 시장 분위기가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한 방으로 단숨에 반전됐다. 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최근 방향성을 잃고 조정 흐름이 이어지던 글로벌 증시가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발표로 급반전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하락장 초입이라는 경계감이 퍼졌지만,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투자 심리를 빠르게 회복시키며 기술주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19일(현지시간)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 실적 발표 직후 나스닥 선물은 1.7% 급등했고, S&P500 선물도 1.2% 상승했다. 기술주 비중이 낮은 다우지수 선물 역시 0.5% 올랐다. 시장 전반에 걸쳐 낙관적인 흐름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이 570억1000만달러(약 83조805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550억달러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1.30달러로 예상치 1.26달러를 넘어섰다. 호실적에 힘입어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전망을 650억달러(약 95조550억원)로 제시했으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5% 이상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AI 개발에 필요한 GPU 시장에서 약 90%를 점유하고 있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의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이번 실적은 최근 고개를 든 ‘AI 거품론’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적 발표 이전까지 기술주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AI 인프라 투자 급증에 대한 우려로 부진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달 초 고점 대비 11% 하락했고, 손정의 회장은 최근 58억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각했다.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 역시 AI 거품 가능성을 지적하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AI 거품론이 불거진 핵심 배경에는 기업 간 대규모 투자가 서로 얽히는 ‘순환형 거래’ 구조가 있다. 이는 기업들이 서로에게 자금을 투자하고, 그 자금으로 다시 상대 회사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특정 고리가 끊길 경우 연쇄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비디아와 오픈AI의 1000억달러 투자 구조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고, 오픈AI는 수백만 개의 엔비디아 칩 구매를 확정했다. 오픈AI는 향후 5년간 오라클로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도 구매하기로 했는데, 일부에서는 “엔비디아의 투자가 흔들릴 경우 오라클 계약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엔비디아는 최근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도 100억달러를 투자했고, 앤트로픽은 엔비디아 칩 기반 컴퓨팅 자산 3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엔비디아 매출의 15%가 순환형 거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도 이러한 자금 흐름을 “스파게티처럼 얽혀 있다”고 표현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는 기술주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AMD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 4% 상승했고,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도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더퓨처럼그룹 다니엘 뉴먼 CEO는 “이번 실적은 AI 시장의 성장 모멘텀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준다”며 “회의론자들도 이번 흐름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공시에서 고객사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 자본·에너지 조달 능력이 향후 성장의 잠재적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AI 도입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AI 조정 장세에 대해 “블랙웰 프로세서 수요는 차트를 뚫고 나갈 정도로 강력하다”며 장기 침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AI 거품이라는 말이 많지만 우리는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AI는 ‘변혁적(transitional)’”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황 CEO의 발언은 엔비디아가 누구보다 AI 산업 전반의 판매 흐름과 계약, 확장 계획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다”며 “AI 산업의 총합은 단순한 부분의 합보다 훨씬 크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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