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확산, 국제 공조의 절박함 드러나

경찰 "가해·피해 연결 구조 붕괴… 지속 가능한 협력 체계 시급"
한국국제조직범죄학회는 최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와 공동으로 '온라인 스캠 범죄 변화 양상과 한국의 대응과제'를 주제로 정기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뉴시스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가 “가해자와 피해자 간 연결고리가 완전히 사라진 초국가적 범죄”라는 경찰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 경찰은 현지에 신설된 ‘코리아 전담반’을 중심으로 국제 공조 체계를 강화하며,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와 같은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최근 열린 한국국제조직범죄학회 심포지엄 ‘온라인 스캠 범죄 변화 양상과 한국의 대응과제’에서 경찰청 인터폴공조계장 정수온 경정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를 모르는 구조로, 연결 흔적이 완전히 끊겨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국가의 단독 수사로는 실체 규명이 불가능한 만큼, 국가 간 신속한 첩보·증거 교환 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경정은 조직의 국적이 다양하고 역할이 세분화돼 있어 분업 구조가 고도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일 국가의 수사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뚜렷하다”며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지속 가능한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 신설된 ‘코리아 전담반’이 기존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보다 한 단계 발전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기관에 상주하며 공조하는 한국 경찰관을 의미한다. 정 경정은 “코리아 전담반에는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 실질적 공조 기반이 마련됐다”며 “중요한 것은 단기 성과보다 현지 경찰과의 장기적 신뢰 구축”이라고 말했다. 전담반에는 이달 중 한국 경찰관 7명이 본격 파견된다.

그는 또 “5년 전만 해도 도피사범 1위는 중국이었지만 현재는 캄보디아가 추월한 상태”라며 “향후 주변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에서 근무했던 이지훈 경감은 현장 공조 경험을 바탕으로 “코리안데스크의 실효성은 매우 높다”며 “현지 경찰이 외국인 사건을 기피하더라도 한국 경찰이 직접 참여하면 초동 대응부터 수사까지 실질적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 사태는 한국과 중국 조직이 연계된 최초의 대규모 사건으로 보인다”며 “해외 총책을 검거하고 신속 송환하는 것이 국내 피해 확산을 막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구분의 어려움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이 경감은 “송환된 이들 중에는 실제 피해자도 있었지만, 조직 지시에 따라 허위 진술한 사례도 있었다”며 “납치 피해를 주장한 일부는 사실상 실행조로 활동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경정 역시 “초기에는 속아서 가담한 이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알고 참여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캠 범죄가 기술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민규 나사렛대 교수는 “AI 기반 딥페이크, 계정 탈취, 대량 상호작용 시스템 등이 결합하면서 범죄 비용이 낮아지고 외주·임대 형태로 누구나 쉽게 가담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캠 범죄가 개인 피해를 넘어 국가안보 위협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박보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남아 기반 스캠 조직의 구성원은 99개국 이상에서 모이고 있다”며 “사기뿐 아니라 해킹·인신매매·자금세탁이 결합한 복합 범죄로 확산돼 하나의 팬데믹처럼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다부처 연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저스틴 장 FBI 지부장은 “FBI, 국무부, 재무부가 연계해 형사처벌·자산 동결·외교적 조정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며 “스캠 조직 ‘프린스그룹’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지갑 차단 등 제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찰이 추진 중인 ‘브레이킹 체인스’ 작전에 대해 “FBI도 주목하고 있으며, 양자 공조를 넘어 다자 협력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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