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거대한 마약 카르텔에 맞서 딸의 납치범을 직접 추적한 어머니의 실화를 다룬 르포르타주 『두려움이란 말 따위』(동아시아)가 출간됐다. 저자인 아잠 아흐메드는 2025년 퓰리처상 해설 보도 부문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으로, 이번 책은 그의 첫 저서다. 작품은 부패와 폭력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한 개인의 용기와 정의를 향한 집념을 생생히 담아냈다.
이야기는 2014년 1월,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산페르난도 지역을 장악한 마약 조직 ‘세타스(Los Zetas)’가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딸 카렌을 납치하면서 시작된다. 미리암은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지만 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과 수사기관은 이미 마약 카르텔의 영향 아래에 있었고, 피해자 가족은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평범한 중년의 어머니 미리암은 직접 딸의 납치범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책은 미리암이 ‘플로리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용의자 중 한 명을 추적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들고 거리의 노점상과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단서를 수집했다. 이름도 신분도 드러나지 않은 여성이 거대한 범죄조직에 맞서 홀로 싸우는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을 자아낸다.
2년에 걸친 집요한 추적 끝에 미리암은 6명의 용의자를 교도소에 수감시키는 데 성공했고, 나머지 4명은 해병대의 작전 중 사살됐다. 한 개인이 수사기관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러나 책은 이 극적인 성공담 이면에, 피해자 가족이 스스로 정의를 세워야 하는 멕시코 사회의 구조적 절망을 함께 비춘다.
아흐메드 기자는 4년에 걸쳐 미리암의 삶과 사건을 심층적으로 추적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 경찰, 전직 카르텔 조직원 등 수많은 인물을 인터뷰하고 관련 기록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지금까지 약 10만 명이 마약 카르텔과 관련된 납치 및 실종 사건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두려움이란 말 따위』는 단순한 범죄 르포르타주를 넘어, 국가의 부패와 무력함이 개인에게 어떤 짐을 지우는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미리암의 목소리를 통해 “두려움이란 말 따위는 이제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한 사람의 용기와 희생이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될 수 있음을 묵직하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