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극단주의 이슬람 정당 TLP에 대대적 단속 돌입

국제
중동·아프리카
최승연 기자
press@cdaily.co.kr
현지 기독교인들 “너무 늦었지만 환영할 조치”…정부, 폭력 시위·증오 확산 근절 의지 밝혀
지난 10월 13일 TLP 소속의 멤버들이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정에 대해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Screenshot from YouTube, News18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극단주의 성향의 이슬람 정치조직 ‘테흐리크-에-라바익 파키스탄’(Tehreek-e-Labbaik Pakistan, 이하 TLP)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했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동안 기독교인을 비롯한 소수 종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폭력과 증오를 선동해 온 단체에 대한 이번 조치는 기독교계의 신중한 환영을 받고 있다.

펀자브 주 정부는 지난 13일 새벽, TLP의 ‘가자 연대 행진(Gaza Solidarity March)’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개시했다. TLP는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정을 ‘팔레스타인 억압을 위한 음모’로 규정하고, 라호르에서 출발해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다.

펀자브 경찰에 따르면, 충돌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으며, 일부는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TLP 측 사망자가 3명이라고 발표했지만, TLP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정부를 비난했다.

라호르에서 약 50km 떨어진 무리드케 지역에서 이뤄진 단속 작전 이후, 당국은 TLP 시위 참가자 2,700여 명을 체포하고, 출국금지 명단에 2,800명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 각지의 TLP 관련 모스크와 신학교 60여 곳이 폐쇄됐으며, 라호르 본부 역시 봉쇄됐다. 그러나 TLP 수장 사드 후세인 리즈비와 그의 동생 아나스 리즈비는 체포를 피해 카슈미르 자치지역으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얌 나와즈 샤리프 펀자브 주총리는 성명을 통해 “폭력을 선동하고 증오를 퍼뜨리며 법을 어긴 자들은 모두 체포될 것”이라며 “극단주의 단체 지도부를 반테러법 4조 명단에 등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은 테러 및 종파주의 혐의자들을 등록·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반테러 법률의 핵심 조항이다. 정부는 또한 TLP의 재산과 자산을 몰수하고, 포스터·광고·계좌를 모두 차단하며, 증오 조장 콘텐츠를 담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LP는 2011년 펀자브 주지사 살만 타시르를 살해한 경찰관 몸타즈 카드리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 여성 아시아 비비를 옹호한 이유로 암살됐다. 이후 TLP는 ‘신성모독법 수호’를 내세워 전국적인 폭력 시위를 주도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2017년, 2020년, 2021년에도 이슬람 선지자 풍자화를 이유로 수차례 폭력적 시위를 일으켜 경찰관 다수가 희생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2021년 TLP에 대해 반테러법에 따른 금지 조치를 내렸으나, 단체 측과의 협상 이후 같은 해 11월 해제한 바 있다. 이후에도 TLP는 2023년 라호르-이슬라마바드 행진을 주도하며 일시적인 활동 제한 조치를 받았지만, 정부의 유화책으로 재차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 단속은 헌법 제17조 2항에 따라, 지방정부가 정당 금지를 연방정부에 요청하면 연방정부가 이를 대법원에 회부하여 최종 판결을 받는 절차를 따르게 된다. 정부는 앞으로 15일 내에 이 사안을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독교 인권단체들은 이번 단속을 “너무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 기독교인 변호사는 “TLP는 설립 이래 신성모독법을 앞세워 폭력을 일삼아 왔다”며 “기독교인과 아흐마디교도에게 잇따라 허위 혐의를 씌우고, 교회와 무덤까지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단체는 ‘신성모독자는 목을 쳐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판사와 정부 관계자까지 협박해, 많은 법관이 사건 심리를 기피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경찰관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TLP는 단 한 번도 책임을 진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제대로 된 법 집행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현지 평등운동 단체인 Rwadari Tehreek 대표 삼손 살라맛은 “이번 조치는 너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정부가 더 이상 물러서지 말고 TLP 같은 극단주의 단체의 재등장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정부가 협상으로 문제를 봉합할 때마다 TLP는 더 강해졌고, 더 대담하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이번에는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파키스탄을 ‘기독교인으로 살기 가장 어려운 나라’ 순위에서 2025년 기준 8위로 발표했다. 파키스탄 내 기독교 공동체는 신성모독법 악용과 폭력 단체의 표적 공격 속에 여전히 극심한 박해를 겪고 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