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가 17일 오후 1시 서울 안암동 세미나실에서 ‘구약과 신약 구원관의 통합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2025년 가을학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원장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예교수)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선 김선종 전 호남신대 교수(구약학)가 발제했고, 배정훈 장신대 교수(구약학)가 논찬했다.
◇ “구약은 구원의 책이자 창조의 책”
‘구약성서의 구원론’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선종 교수는 “하나님은 구원의 하나님이시고, 성경은 구원의 책”이라며 “구약과 신약의 말씀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로 시작하는 요한복음 3장 16절의 구원과 영원한 삶에 대한 복음으로 수렴된다. 이러한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가능하고, 구원을 얻은 사람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다”고 했다.
이어 “구약은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진술하는 구원의 책이라는 점에서, 구원사 곧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의 관점으로 구약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정당하다”며 “그러나 구약은 구원에 대한 책만은 아니다. 하나님은 창조의 하나님이시고, 성경은 창조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한 “구약이 우주만물에 대한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진술로부터 시작하고, 신약은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새 창조로 마친다”며 “하나님은 구세주인 동시에 창조주이시다. 수많은 신학자들이 구약성서의 사상을 구원, 언약, 창조 등 하나의 관점에서 흐름을 파악하여 일관성 있게 이해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른바 성경의 통일성을 견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 성경의 통일성과 다양성
그러면서 “계약을 중심으로 성경을 이해하는 아이히로트(Eichrodt)가 대표적”이라며 “반대로 다른 한 쪽에서 성경에서 하나의 중심을 찾으려고 시도할 때 다양한 사상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여 성경의 중심을 포기하고 다양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성경이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저자들에 의해 전승되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전승사의 입장에서 성경의 다양성의 측면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며 “오늘날 이스라엘 역사가들은 성서 시대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구원사 등의 정신사와 함께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하부구조를 해석하는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문화사 등의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일상적인 신앙의 진술과 신학적 개념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간격이 있다”며 “구원 개념이 성서의 다양한 개념 가운데 중요한 개념임은 의심할 수 없지만 유일한 핵심 개념이 아닌 것처럼, 구원사 또한 이스라엘 역사를 바라보는 여러 사관 가운데 종교적이고 신앙적인 하나의 차원을 형성할 뿐”이라고 했다.
◇ 구약성서의 구원, 포괄적인 구원
김 교수는 “구약성서는 하나님이 선택하신 백성의 구원의 과정과 현실을 그려낸다. 여기서의 구원은 죄의 억압과 노예 상태, 질병과 죽음에서의 구원을 일컫는 포괄적인 개념으로서의 구원”이라며 “또한 단지 영과 육, 개인과 공동체뿐 아니라, 사람과 모든 피조물을 구원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의 구원 사역은 이 땅의 만물과 사람의 영에서부터 우주의 차원으로 확장된다”며 “이러한 포괄적인 구원이 가능한 것은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지으신 창조주라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했다.
더불어 “하나님의 창조 능력은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을 담보하고, 구원사를 지지하기 위한 신학의 결과라는 폰 라트 식의 이해 방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하나님의 구원은 하나님의 창조를 전제로 하며, 하나님의 창조는 온누리의 구원을 내포한다”고 했다.
◇ “그리스도인,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구원 선포해야”
그는 “구약성서가 말하는 하나님의 구원 행위는 원인과 결과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과율, 기계적인 세계관을 거부하는 하나님의 자유를 선포한다”며 “사람의 선행과 공로에 따라 하나님이 기계적으로 반응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은 사람이 죄를 지었음에도 백성과 맺으신 언약의 사랑과 무조건적인 은총 때문에 구원하신다”고 했다.
이어 “사람의 선행과 공로, 믿음과 회개와 기도조차 구원의 조건이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구원하신 하나님의 복음을 누린 사람들이 하나님의 구원 행위에 기쁨과 감사함으로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현실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점에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구원을 경험하며,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피조물이 겪는 죄와 고통에 하나님의 구원을 선포하고, 해방 사역을 완수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하나님을 구원의 하나님임과 동시에 창조의 하나님으로 바르게 인식하며 고백하는 길”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신학아카데미는 같은 주제의 세미나를 오는 11월 14일에도 개최한다. 이날 윤철호 장신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바울의 구원론 이해와 최근 동향’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오성종 전 칼빈대 교수(신약학)가 논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