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니”(엡 1:22-23, 고전 12:7)
에베소서는 “만물을 그의 발아래 복종하게 하시고 그를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삼으셨느니라.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함이라”(엡 1:22-23)고 말하며 교회를 정의한다. 또한 예수께서는 시몬에게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 16:18) 하셨다. 이 말씀은 교회가 인간이 만든 제도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공동체임을 밝힌다.
성경은 교회를 에클레시아(ekklesia)라 부르는데, 이는 “불러 모으다”(ekkaleo)에서 유래한 말로, 하나님께 부름받아 모인 공동체, 곧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믿음의 모임”을 뜻한다. 에베소서 4장 4-6절은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이시니 이와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다”고 선언하며, 교회를 성령 안에서 하나 된 그리스도의 몸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교회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로마가톨릭(Catholic Church)과 개신교(Reformed Church) 간에 큰 차이가 있다.
가톨릭은 교회를 가시적 제도이자 영적 공동체로 이해한다. “교회는 교계제도로 조직된 단체이며 동시에 그리스도의 신비체이고, 볼 수 있는 집단이며 동시에 천상 은혜로 충만한 교회로서, 베드로의 후계자와 일치하는 주교들이 다스리는 가톨릭교회 안에 존재한다”고 보는 일원적 교회관에 기초한다. 즉, 사도적 전승과 교황의 권위 안에서 교회의 일치와 정통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반면, 개혁교회(개신교)는 이원적 교회관에 기초하여 ‘불가시적 교회’와 ‘가시적 교회’를 구분한다. 가시적 교회의 표지는 하나님의 말씀의 순수한 선포와 성례의 바른 시행에 있다. 교회의 권위는 교황이나 제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나오며, 모든 신자는 만인제사장으로서 하나님께 직접 나아가는 교회의 구성원이 된다. 장로교를 비롯하여 대부분 교단 헌법에서는 이에 기초한 교회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성경과 교회법은 교회를 신앙의 핵심으로 다루지만, 국가법은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교회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지 않는다. 법적으로 교회는 단지 민법상의 종교단체, 즉 사단이나 재단의 하나로 취급될 뿐이다. 사단은 ‘사람 중심의 단체’, 재단은 ‘재산 중심의 단체’로 구분되며, 대부분의 교회는 사단의 형태를 띠고, 재산의 유지·보전을 위해 별도의 유지재단을 두기도 한다.
또한 교회는 대개 비법인사단으로 존재한다. 법인 설립에는 행정 절차와 관리 의무가 복잡하고, 교인의 이동이 잦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법인사단이라 하더라도 대표자 명의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부동산 등기를 할 수 있으며, 세제 혜택에서도 불이익이 없어서 법인 등기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일본과 달리 종교법인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교회가 법인격을 취득하지 않았더라도, 규약 기타 규범을 제정하여 의사결정기관과 대표자 등 집행기관을 구성하여 공동의 신앙 활동을 목적으로 한 독립된 단체로서 요건을 갖춘 경우 비법인사단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교회는 법률상으로도 일정한 사회적 실체를 가진 단체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민법이 대부분 법인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법인사단 형태의 교회에 발생하는 분쟁을 명확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교회가 분열될 경우 교회 재산의 귀속, 담임목사의 청빙·해임 문제, 총회 결의의 효력 등에서 많은 다툼이 생긴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비법인 사단의 소유 형태를 총유(總有)로 하는 규정 등 극히 몇 개의 조항만이 있어서 법원은 사안마다 재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같은 사안에 대해 판결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도적 전승과 권위 중심의 가톨릭 교회를 개혁하며 복음의 본질과 신앙의 자유를 회복했다고 자부하는 기독교(개신교) 안에서 오늘날 수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가이사의 법정에서 서로 다투는 모습은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일이 아니겠는가? 교회의 참된 권위는 법적 지위나 재산의 소유에 있지 않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말씀과 사랑으로 하나 되는 데 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세상 법정에 설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서 일치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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