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서부에서 풀라니족 무장범들이 한 기독교 목회자를 납치해 몸값을 받은 뒤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역 사회와 교회 관계자들은 “기독교인을 향한 폭력이 점점 더 잔혹해지고 있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에카티 지역 복음주의교회(ECWA)의 제임스 오두 이사(James Audu Issa) 목사는 지난 8월 28일(이하 현지시각) 나이지리아 콰라(Kwara)주 파티기(Patigi) 카운티 에카티 마을 자택에서 납치된 후, 한 달여 만인 지난 2일 숲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는 교회 숙소 내에서 납치됐으며, 범인들은 처음에 1억 나이라(약 미화 6만2천500달러)를 요구했다.
지역 주민 피터 콜로(Peter Kolo)는 “가족과 교회는 협상을 통해 500만 나이라(약 3,125달러)로 합의했고, 몸값을 지불했다”며 “그러나 납치범들은 잔혹하게도 추가로 4,500만 나이라를 더 요구했고, 결국 협상이 이어지기도 전에 목사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ECWA 대변인 로마누스 에베네오코디(Romanus Ebeneokodi) 목사는 “이 무고한 목회자는 아내와 자녀, 교회 공동체를 남기고 잔혹하게 살해됐다”며 깊은 슬픔을 표했다. 교단 기관지 ‘투데이즈 챌린지’의 편집장 랄프 마두구(Ralph Madugu)는 “이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명백한 신앙인에 대한 표적 공격”이라며 “정부 관계자들 중에는 아직도 기독교인 학살을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CDI는 풀라니족은 나이지리아와 사헬 지역 전역에 걸쳐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유목민 집단으로, 대다수는 온건 무슬림이지만 일부는 급진 이슬람 사상을 추종하며 보코하람(Boko Haram)이나 ISWAP(서아프리카 이슬람국가지부)과 유사한 전략으로 기독교인들을 공격해왔다고 밝혔다. 영국 의회 산하 ‘국제종교자유 의원연합’(APPG)은 2020년 보고서에서 “이들은 기독교 신앙과 그 상징적 존재를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러한 공격이 단순한 종교적 갈등이 아니라, 사막화로 인해 방목지가 줄어든 풀라니 무장세력이 기독교 농촌 지역을 점령하려는 의도”라며 “그들은 토지를 빼앗고, 이슬람 체제를 강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국제 오픈도어(Open Doors)의 2025 세계 박해 순위(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올해 전체 순위 7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신앙 때문에 살해된 4,476명 중 3,100명(69%)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 내 반(反)기독교 폭력은 이미 최고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중북부 지역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풀라니 민병대가 농촌 마을을 습격해 수백 명을 살해했으며, 북부 지역에서는 보코하람과 ISWAP,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라쿠라와(Lakurawa) 등 테러 단체가 기독교 공동체를 공격하고 납치, 성폭력, 도로 차단 살해 등을 자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납치 후 몸값을 요구하는 범죄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폭력의 범위도 남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라쿠라와는 알카에다 계열 확장 조직인 JNIM(이슬람과 무슬림을 위한 지원 그룹)과 연계된 신흥 지하디스트 단체로, 북서부 지역에서 첨단 무기를 사용하며 활동 중인 것으로 보고됐다.
CDI는 이번 사건은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반복되는 기독교인 납치와 살해의 비극적 실태를 다시금 드러냈다고 밝혔다. 지역 교회와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풀라니 무장세력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며, “피 흘린 이들의 목소리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