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13년간 신성모독죄로 수감된 목회자, 석방 이틀 만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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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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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 후 심장마비로 별세…박해 속에서도 신앙과 인내로 산 증거 남겨
자파르 바티 목사(오른쪽)와 그의 아내 나와브 비비. © British Asian Christian Association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13년 동안 억울하게 수감됐던 한 기독교 목회자가 석방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사건을 지원해온 인권단체는 그의 죽음을 “박해 속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킨 신앙의 증거”라고 평가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아시아기독교협회(British Asian Christian Association, BACA)에 따르면, 지저스월드미션처치(Jesus World Mission Church) 설립자인 자파르 바티(Zafar Bhatt) 목사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펀자브 주 라왈핀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그는 자녀가 없었으며, 현재 건강이 악화된 아내 나와브 비비만이 유족으로 남았다.

바티 목사는 지난 2일 라호르 고등법원 라왈핀디 지부가 하급심의 신성모독 유죄 판결을 뒤집으면서 석방됐다. 그는 지난 2012년 이슬람 성직자가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고발하면서 체포됐다. 이후 파키스탄 형법 제295-C조에 따라 기소됐으며, 이 법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자에게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1심 법원은 2017년 5월 3일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으나, 2022년에는 형량이 사형으로 상향됐다. 긴 법정 투쟁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 그는 자유를 맞은 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BACA는 성명을 통해 “자파르의 신앙과 인내,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진실은 박해 속에서도 그리스도 안의 소망을 증언하는 강력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며, 고인의 마지막 소원에 따라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그가 오랫동안 심장질환과 당뇨로 고통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2019년 의료 보고서에서 이미 심장마비 재발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받았고, 이후 두 차례의 발작을 겪었다”며 “2020년에도 유사 증세가 재발했고, 2022년에는 감옥 의료진이 투약한 약물로 인해 구토와 출혈을 일으키며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2025년 초에는 그의 심장 기능이 15%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돼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CDI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여전히 사형을 규정하고 있으며, 비록 국가 차원의 처형 사례는 없지만 단순한 혐의만으로도 폭도들의 집단 폭력과 살인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증거 기준이 느슨해, 사적 복수나 재산 강탈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정의평화위원회(NCJP)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기독교인 17명이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 중 6명은 여성이다. 이들은 모두 펀자브 지역 출신이었다. 같은 해 무슬림 피해자도 23명으로 집계됐다.

파키스탄인권위원회(HRCP)는 2024-2025 연례보고서에서 “신성모독 혐의자는 구금 중 다른 수감자들의 폭행 위험이 커, 대부분 독방에 격리 수감된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6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종교 소수자 탄압, 빈곤층 착취, 개인적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 체계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토지 강탈 음모: 신성모독법을 이용한 협박과 이익 추구’는 “신성모독 혐의는 폭력과 재산 강탈을 정당화하는 무기로 변질되었으며, 법의 불명확한 조항이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경찰은 폭력 사태를 방관하거나, 피고인을 보호하지 않으며, 폭동을 선동한 정치·종교 지도자들은 거의 처벌받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HRW의 아시아 담당 부국장 패트리샤 고스먼(Patricia Gossman)은 “정부가 폭력 선동자와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결과, 종교를 빌미로 협박과 갈취를 일삼는 세력이 더욱 대담해졌다”며 “파키스탄 정부는 신성모독법 개정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제 오픈도어(Open Doors)는 파키스탄을 2025년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국가’ 순위에서 8위로 분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파키스탄의 구조적 박해 현실과 법 개혁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비극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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