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19개국 입국 금지로 유학생 좌절

아프간·이란·미얀마 학생들, 미국 대학 합격에도 발 묶여 꿈 무산
하버드대학교 ⓒ학교 측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지난 6월 아프가니스탄, 이란, 미얀마를 포함한 중동·아프리카·아시아·카리브해 지역 19개국 국민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단행하면서, 미국 대학에 합격하고도 입학하지 못하는 유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바하라 사가리(21)는 탈레반이 2021년 8월 재집권 후 여성의 대학 진학을 금지하자 하루 8시간씩 영어를 공부하며 유학을 준비했다. 그는 일리노이주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에 합격했으나 이번 조치로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사가리는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심정을 전했다.

AP 통신은 사가리처럼 미국 대학에 합격하고도 발이 묶인 학생이 수천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미국 국무부가 발급한 F-1 유학생 비자와 J-1 연구자 비자는 5700건을 넘었으며, 절반 이상이 이란과 미얀마 출신이었다.

이란 시라즈 출신 푸야 카라미(17)는 과학 연구 기회를 위해 미국 유학을 준비해 캔자스주 피츠버그 주립대 화학과에 합격했으나, 입국 금지로 입학이 무산됐다. 그는 내년으로 입학을 연기하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 출신 한 18세 학생도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가족의 기대와 평생 모은 자금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이번 조치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카리브해 지역 12개국 국민은 신규 비자 발급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나머지 7개국은 학생 비자까지 더 엄격한 제한을 받게 됐다. 일부 영주권자, 이중 국적자, 특정 운동선수만 예외가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높은 비자 만료율과 적대적 국가 정부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었다.

입국 금지는 학생 개인의 진로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가리는 독일과 폴란드 대학을 알아봤지만 현지 사정과 영어 시험 문제로 어려움에 부딪혔다. 이란의 아미르(28)는 펜실베이니아대 전액 장학금 기회를 잃고 테헤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연구할 기회를 잃고 나니 연구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이번 조치가 학생 개인의 좌절을 넘어 가족과 지역 사회에도 큰 상실감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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