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원장 신원하, 이하 한기윤)이 25일 오후 서울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에서 ‘제2회 컨퍼런스’를 ‘디지털 혁명의 도전 앞에 선 교회와 목회’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강연에 앞서 이춘성 박사가 개회 선언을 했으며 신원하 원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장영하 교수(미국 서식스대)가 ’디지털 전환과 우리의 시대‘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장 교수는 “디지털 혁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에서 시작해,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그리고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우리의 일상과 사회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인간의 행동과 사고, 관계의 방식까지 깊숙이 침투하며, 우리의 삶을 재구성하는 구조적 변화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는 세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째, 기능 중심에서 지능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과거의 기기는 단순히 더 빠르고 편리하게 발전했지만, 오늘날의 기기는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적 파트너로 변모했다. 둘째, 인간의 의식과 닮은 패턴을 보이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기계가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셋째, 기술은 더 이상 손안의 기기에 머물지 않고, 로봇과 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공간에서 인간과 함께 움직이며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확장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 놀라운 연결과 혁신은 역설적인 그림자도 드리운다. 온라인과 AI를 통한 초연결 사회가 오히려 고립과 외로움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적 관계의 붕괴에서 비롯된다. 기술이 관계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시대의 교회와 공동체는 디지털로는 대체할 수 없는 진정한 만남과 돌봄, 그리고 깊이 있는 관계의 자리를 더욱 견고히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방영균 목사(분당 좋은나무교회)가 ’포스트 휴먼 시대의 교회와 새 사람을 세우는 목회‘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방 목사는 “세상은 지금 초가속화와 초연결의 시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과 사회의 질서를 전례 없는 속도로 바꾸고 있다. 인간의 능력이 기술로 증폭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던져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교회 역시 단순한 대응을 넘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고 했다.
그는 “기술이 인간의 존재와 관계를 재정의하는 이 시대는 흔히 ‘포스트휴먼’의 시대라 불린다. 인간의 정체성이 기술의 언어로 재편되고 생물학적 한계마저 도전받는 상황 속에서 교회는 본질적인 질문에 직면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무엇을 중심으로 세워져야 하는가'라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인간의 존재와 가치는 기술이나 환경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과 그분의 형상에서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교회는 새로운 연결을 회복해야 한다. 단순한 네트워크의 확장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깊은 연합, 말씀과 성령으로 엮인 진정한 공동체의 연결이다.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은 활용하되, 그것에 종속되지 않고 본질을 붙드는 교회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초연결 시대일수록, 교회는 ‘말씀에 뿌리 내린 연결’을 통해 세상과 다른 길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시대의 목회는 ‘새 사람’을 세우는 일로 귀결된다. 기술이 아닌 복음 안에서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고 말씀과 성령의 능력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사명이다. 초가속화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하나님 나라의 가치로 견고하게 선 사람을 세우는 목회만이 포스트휴먼 시대의 교회가 나아갈 길이다”고 했다.
이어 강성호 교수(고려신학대학원)가 ‘이미 다가온 디지털 미래, 기독교 윤리적 조망’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강 교수는 “디지털 혁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환경이 되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초연결 네트워크가 얽혀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기술 속에서 살아가고 기술로 사고하며 기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사고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환경’이 되었고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변화는 윤리적, 신학적 도전을 동반한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인간의 주권과 존엄성을 흔드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우리는 무엇을 경배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서 교회와 성도는 깊은 분별력을 요구받는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상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기술의 진보는 오히려 인간을 얽매는 사슬로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 시대를 두려움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기술은 본래 가치중립적이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신앙의 토대 위에서 AI를 활용하고 신학적·윤리적 분별을 통해 기술을 인간과 공동체의 선을 위해 쓰는 길이 필요하다. 기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빛으로 기술을 조명하고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 역량을 교회가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디지털 미래의 중심에도 복음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회는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회복시키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기술이 바꾸는 세상의 속도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의 존엄과 그리스도 안에서의 정체성을 붙잡는 것, 그것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의 윤리적 소명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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